[사설] 지자체가 국가안보까지 발목 잡나

입력 2010-08-03 17:49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2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공사 추진 중단을 요청했다. 민선 5기 체제로 출범한 제주도와 도의회의 첫 정책협의회 결과가 국가 안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 장기간 추진된 국책사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니 실망스러울 뿐이다.

공동 발표문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으로 갈등 해결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공사 추진 중단 요청이 사업 전면 재검토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끝에 법원의 판결까지 받아 논란을 매듭짓고 본격 공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주민 400여명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주 해군기지 설립 계획 취소 소송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5일 “최초 사업 계획은 무효이나 올해 3월 변경 승인된 계획은 적법하다”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도의회가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앞세워 공사 추진 중단을 요청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시 부추기는 격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초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당초 군 전용 부두로 하려던 계획을 크게 수정해 군함과 크루즈 선박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반대 주민들의 주도로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투표율이 11%에 불과해 부결됐다. 제주도 주민 다수는 이들의 반대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천안함 피폭 사건 이후 해상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해군의 전력 강화와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제주도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6·2 지방선거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 국책사업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을 지역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로 오인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가 국가 안보 문제까지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