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소명

입력 2010-08-03 15:46


[미션라이프] 잃어버린 부흥의 땅, 평양에서 하나님을 만난 북한정치장교 출신의 심주일 목사(60·부천 창조교회)의 생생한 간증이다. 주체사상의 신봉자였던 그가 복음을 받아들인 이야기와 탈북 후 한국에서 목회자가 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의 주체사상을 무너뜨린 것은 한 권의 성경이었다. ‘한라산에 인공기를 꽂을 때까지 결코 손에서 총을 내려놓지 않으리라’고 맹세할 정도로 공산체제에 충성했던 그는 김일성 사후 김정일 체제에서 심각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 무렵,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성경을 건네주었다. 호기심으로 성경의 첫 페이지를 펼치자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도대체 이게 뭐야?” 강한 거부감이 들어 성경을 덮었다. 북한 보위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는 책이란 것을 알고 있어 집안 깊숙한 곳에 감춰버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부대에서도, 집에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자꾸 숨겨놓은 성경이 생각났다. 견딜 수 없어 다시 성경을 펼쳐들었다. 이번엔 창세기 1장 26~28절을 읽고 무릎을 쳤다. 북한체제의 근간인 주체사상의 기원이 성경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힘 있고 가치 있다는 것이 주체사상인데 창세기 1장은 왜 인간이 그렇게 소중한 존재인지 정확히 말해주고 있었다. 주체사상도 말해주지 못하는 것을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말씀하고 계셨다.”

매일 밤 이불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신앙이 노출돼 처형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제주극동방송을 매일 새벽 1시에서 5시까지 숨죽여 들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혼자만 구원을 받고 만족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동포들에게 이 복음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뜨거운 소명이 생겼다. 이때 “떠나라”는 하나님의 선명한 음성을 거듭해서 듣게 되었다.

그는 1998년 3월 17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당시 평양을 방어하는 부대의 정치장교 중좌(중령)의 신분이었다. 북한에 그대로 있었으면 미래가 보장되었겠지만 북한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소명을 깨달은 이상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는 압록강을 건너기 전 “다시 살아서 복음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순간 하얀 불덩어리가 갑자기 나타나 빙그르르 돌다가 중국 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환상을 보았다. “막상 강을 건너려 하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불덩어리로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셔서 확신을 갖고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중국에서 7개월간 머물며 성경을 14번 통독했다. 그곳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쓰신 각본에 따라 98년 10월 13일,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한국에 온 후 장신대 신대원에서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마쳤고. 영락교회 전도사를 거쳐 목사안수를 받았다.

한편 현재 그는 탈북자연합회와 탈북자대학생연합회, 탈북자실업인연합회 등을 섬기고 있다. 모퉁이돌선교회에서 성경을 북한어로 번역하고 있는 그는 “북한은 명백한 타문화권 선교이기에 북한어 성경번역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보내준 성경을 북한에서 읽고 하나님을 만난 사람이기에, 북한에서 제주극동방송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경험한 사람이기에 더욱 더 북한에 성경 보내기 사역과 전파선교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