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동행한 글레이저 재무부 차관보 “BDA, 원래 北 재제 아닌 美 보호용”
입력 2010-08-03 00:17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치는 원래 제재가 아니었다.”
북한 지도부에 ‘피가 마르는 고통’을 줬던 2005년 BDA 제재를 주도했던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2일 ‘BDA에 관한 추억’의 일단을 털어놨다.
주한 미대사관 공보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BDA 조치는 북한의 불법 활동의 미국 금융시스템 침투를 막기 위해 취해졌다”며 “BDA를 (돈세탁 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미국과의 거래 차단이라는 기술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BDA 조치가 북한에 고통을 주기 위한 제재 성격이라기보다 미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BDA가 강력한 대북 제재였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미 당국이 마련 중인 새로운 대북 금융 제재안의 효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활동에 대해 민간부분으로부터 얼마나 강력한 제재가 나왔는지 과거에 본 적이 있다”며 BDA를 언급했다.
BDA 조치는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글레이저의 언급대로 미 재무부는 단지 ‘애국법 311조’에 의거해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그러나 여파는 대단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BDA와 거래를 중단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BDA와 거래를 끊었다. 견디다 못한 마카오 당국은 결국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돈세탁 우려 대상 지정’이라는 조치의 하나로 북한의 자금 유통을 막은 셈이다.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대북 제재조정관과 글레이저가 머리를 맞댄 이번 대북 제재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방한한 대북 제재팀 면면도 눈길을 끈다. 아인혼 조정관의 경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미사일 협상 미측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도 한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전임 부시 행정부에 이어 북한 및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지휘하고 있다. 북한 불법 자금의 흐름은 그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평가다.
아인혼 조정관과 글레이저 부차관보 일행에 국무부에서 2명, 재무부에서 1명이 동행했다. 주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전문가, 금융제재 전문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혼 조정관을 보좌하는 리처드 존슨 보좌관은 비확산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고, 재무부 소속 카트리나 캐럴은 글레이저 부차관보를 보좌하는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 전문가이다. 마지막으로 엘리사 카탈라노 보좌관은 국무부 윌리엄 번스 정무차관의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