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회, 과거 청산·화해 선언 봇물

입력 2010-08-02 18:47

한·일병탄 100년째인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한·일 교회의 과거 청산과 화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교회가 공동으로 과거사 청산과 화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며 양국 교회 청년과 어린이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는 등 양국 관계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준비에 교회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1일 일본기독교협의회(NCCJ)와 함께 ‘한·일 강제합병 100주년 한국과 일본 교회 공동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2일 밝혔다.

이 성명에는 우선 일본 교회가 과거 일본에 의한 한국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죄, 책임을 고백하고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진상 규명과 고통 치유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다.

성명 초안은 지난달 초 일본에서 열린 ‘한·일·재일 교회 심포지엄’에서 마련됐는데 이때 일본 및 재일 교회 측은 죄책 고백 부분에 큰 의의를 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부활절 일본 기독교단 의장단의 세계 2차대전 일본 책임에 대한 고백 발표 이래 1980∼90년대 일본밥티스트연맹, 일본그리스도교회, NCCJ 등 명의로 나온 죄책 고백들의 뒤를 잇는 동시에 한 발짝 더 나아가 한국 교회와 함께 양국의 화해 방법을 적극 모색하자는 의지를 전한 것이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고통 가운데서도 용서와 화해를 이루신 그리스도를 통해 식민지배의 희생이 된 교회와 자기의 죄과를 회개하는 교회가 하나님의 뜻과 부르심 가운데 만나 백성의 자유와 억압받는 사람들의 존엄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내용의 한·일·재일 그리스도인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일본 정부와 국회에 식민지배 죄과를 사과하고 식민지 범죄 피해자와 유족, 후손에 대한 보상 및 배상,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한·일 교회의 노력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로 진행 중이다. 광복절 오후 열릴 ‘한국 교회 8·15 대성회’에는 일본 교회 대표들이 참석해 죄책 고백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대성회 조직위원 1000여명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이어오고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 중 11일 행사에 참석,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또 일본성공회도 대한성공회를 통해 오는 22일 한·일합병에 대한 사죄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한다.

이밖에 NCCK 회원교단 소속 한국 어린이 8명이 지난달 말부터 지난 2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동북아 어린이 평화 캠프’에 참가했으며, 일본 교회 청년들이 지난달 30일 한국에 들어와 6일까지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방문하고 한국 교회 청년들과 토론회를 갖는 등 다음 세대들의 역사 청산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