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해도 만년계장… 서글픈 지자체 공무원
입력 2010-08-02 21:35
광주 북구 김성수(56·6급) 정보기획계장은 23년 넘게 명함에 달라진 게 별로 없다.
1982년 공직에 투신한 김 계장은 87년 6월 6급 승진 이후 90년대 중반 광주시 전산담당관실에서 몇 년간 근무한 시기를 제외하면 북구 전산담당 계장자리만 오롯이 몸담아 왔다.
김용희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과 강원도 모 농업기술센터장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 등은 1998년 이후 햇수로 13년째 같은 의자에 앉아 근무 중이다. 구미시 전산통신계장도 15년째 동일 보직을 맡고 있으며 의성, 청송, 영양, 봉화 등 경북도 내 환경·건축·지적·전산·통신·축산계장 역시 대부분 10년 이상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하위직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전북 전주시 K씨(54·토목7급)는 1991년 2월 승진한 뒤 19년7개월째 같은 직급에서 유사업무를 맡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붙박이 공무원’이 급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인사교류가 시들해진 데다 공직사회에 분포도가 높은 행정직들의 견제와 선출직 단체장들의 의지와 관심 부족으로 일부 직렬은 승진길이 아예 막혔다.
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에서는 본청과 18개 시·군의 인사교류로 72명이 자리를 옮겼다. 이는 도와 시·군을 합한 전체 정원 1만5787명의 0.46%에 불과한 것으로 이 중 실제 도와 시·군이 1대 1로 자리를 맞바꾼 사례는 13건에 그쳐 한 해 동안 인적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나머지는 행정수요가 비교적 적은 시·군 공무원이 올라와 본청 자리를 채우는 형식이었다.
한번 임용되면 퇴직할 때까지 지역을 떠나지 않는 붙박이 공무원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와 행정직 위주의 승진문화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해당부서의 기술직렬 직원들은 “바로 위 상급자가 정년퇴직하지 않는 한 승진한다는 것은 백년하청”이라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복수직렬’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천성권 광주대 교수는 “전문성이 뛰어난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재교육이나 순환보직, 복수직렬 확대 등을 통해 직렬 간에 벽을 허물고 능력을 갖춘 공무원을 과감히 주요 보직에 발탁하는 단체장들의 노력과 혁신적 인사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