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남편에 독극물 먹인 아내 이혼하라”

입력 2010-08-02 18:31

법원이 폭언과 인격 모독을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독극물을 먹였던 부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1979년 남편과 결혼, 2남1녀를 둔 A씨는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피해 90년대 중반 이후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2005년 5월 A씨는 술 취한 남편이 욕설을 하며 물을 달라고 하자 방역용 살충제를 건네 살인미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다만 남편의 선처 요청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남편은 이후에도 장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고, 동네 주민 앞에서 “남편을 죽이려 한 사람”이라며 A씨를 모욕하고 폭언과 폭행을 계속했다. 요가를 배우려던 A씨의 옷도 찢어버렸다. A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조경란)는 2일 “아내가 남편에게 살충제를 먹인 것은 남편의 행동으로 유발된 것”이라며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위자료 신청은 기각하는 대신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여 “남편은 A씨에게 13억5600여만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