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道 강원이여, 다시 돌아와주오” 한나라당 구애가

입력 2010-08-02 21:49


요즘 여권의 최대 고민은 강원도다.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 할 것 없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토라진’ 강원도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강원도가 ‘야도(野道)’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결과 자료를 분석해보면 2007년 대선 당시 강원도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 후보는 강원도 7개 시, 11개 군에서 5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이겼다.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전 강원지사는 3선 임기를 다 채운 뒤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6월 선거에서 강원지사는 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에게 넘어갔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강원도 소속 국회의원 8명 중 한나라당 의원은 6명이었으나 재·보궐 선거가 끝난 2일 현재 3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여권은 이런 결과의 원인으로 지역 발전 소외론과 민주당 소속 이광재 지사에 대한 동정론, 한나라당의 대표 인물 부재론을 꼽고 있다.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폐광지역 2단계 개발사업, 접경지역 초광역개발사업 투자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지역 발전 약속을 (도민들이) 곧이곧대로 듣질 않는다”며 “한나라당을, 민주당을 뽑아봐도 강원도는 찬밥이라는 정서가 팽배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재 지사만큼 강원도를 챙길 사람이 없다는 바닥 민심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스럽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강원도에 재·보선 지원 유세를 가 봤더니 강원도에선 이광재가 ‘신’이더라”면서 “후보만 보면 한나라당 후보가 나은데도 (게임이) 안 되더라”고 했다. ‘이 지사가 참여정부 시절 강원도 출신 인사들을 많이 챙겨줬다’는 얘기가 무용담처럼 퍼져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강원도당 위원장인 황영철 의원은 “강원도민이 볼 때 정권 실세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확실히 일한 사람은 이 지사가 처음이었다”며 “그런 것들을 희구하는 경향이 선거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강원도민들이 (한나라당 정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2018년 강원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지원 등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원주∼강릉 복선전철 113㎞ 구간 건설 조기 착공, 강원도개발공사가 행정안전부에 신청한 15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승인 방안과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의 시효 연장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정부 개각 때 김 전 지사 등 강원도 출신 인사가 적극 배려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광재 대항마 키우기에도 분주하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이후 내로라할 인물이 없을 뿐더러 최연희 송훈석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중진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로 도지사 선거를 다시 해야 할 때에 대비해 엄기영 전 MBC 사장 영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