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디자인 바꾸고 게임해 경품주고… 늘어가는 저가항공사, 생존 위한 ‘차별화’ 전략
입력 2010-08-02 18:31
‘저렴한 가격으로는 부족하다. 더 차별화하라.’
2일 업계에 따르면 저가 항공사들이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사업 초기엔 저렴한 가격만으로도 대형 항공사와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가 늘면서 단순히 싼 가격만으로는 명함 내밀기도 힘들어졌다.
이스타항공은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1호기부터 6호기까지 스페이스, 타임머신 등 부여한 이름에 맞춰 내부를 꾸몄다.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은 서울 동대문 상가의 업체에 의뢰해 제작했다. 승무원들이 탑승 고객과 가위바위보게임을 해 경품을 주고 고객 사진을 찍어주는 등 이벤트도 활발히 벌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가격이 합리적인 업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에어부산은 ‘더 싸게’를 내세운다. 에어부산은 출장이 잦은 기업체 임직원에게 최대 15%의 특별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항공사 최초로 도입했다. 덕분에 7500개 기업이 가입돼 있을 정도로 인기다. 또 여행사를 고객으로 우대해 최대 30%의 특별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고객이 많은 부산 노선엔 다른 저가 항공사와 달리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고, 여행객이 많은 제주 노선엔 기내경품 추첨이벤트를 연중 실시하는 등 노선별로 특화된 이벤트를 운영한다.
제주항공의 테마는 환경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저가 항공사 최초로 국토해양부와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줄이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감축목표를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목표인 2%보다 높은 4%로 설정,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일본 노선에선 한복 조끼와 족두리를 착용해 기내서비스를 펼치는 등 한국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진에어 역시 ‘하늘을 깨끗하게 보존하겠다’는 취지의 환경캠페인 ‘세이브 디 에어’를 전개하고 있다.
한편 국내 항공 수요가 늘면서 해외 저가 항공사들이 속속 밀려들고 있다. 에어아시아 엑스는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인천공항을 매일 오가는 직항 서비스를 11월부터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도 국적사인 에어인디아가 22개월 만에 운항을 재개하고 아랍에미리트 국영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도 신규 취항하는 등 내년 1월까지 항공사 5곳이 새롭게 국내 취항을 시작한다.
업계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이 상반기 흑자를 기록해 ‘한국은 돈 되는 시장’이란 인식이 생기면서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늘었다”며 “(국내기업들의) 차별화된 서비스만이 생존 경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