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 본드 시대 ‘활짝’… 이르면 10월쯤 시중은행 1∼2곳 5억 달러 규모 발행
입력 2010-08-02 18:31
커버드 본드(CB) 시대가 열리고 있다. CB는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은행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주택저당증권(MBS)과 달리 자산은 물론 은행 신용도를 함께 반영하기 때문에 발행금리가 낮아 시중은행은 저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10년 이상 장기 자금 조달 방식으로 법적 근거가 있을 경우 법정 CB, 없을 경우 구조화 CB로 구분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공사)는 이르면 10월쯤 시중은행 1∼2곳이 5억 달러 규모의 CB 발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아시아 최초로 구조화 CB를 발행했지만 해외 우량은행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는 바람에 발행금액 1조2500억원의 8%에 달하는 헤지(위험 회피) 비용을 지불했다. 법정 CB는 국가가 지급보증을 할 수 있지만 사기업의 구조화 CB였기 때문에 보증 비용이 급증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고비용 논란 때문에 우리·신한·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CB 발행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달 HF공사가 아시아 최초 법정 CB를 발행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HF공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거법(한국주택금융고사법)이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이 HF공사를 통해 법정 CB를 우회 또는 위탁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정 CB 발행 방안은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은행이 자산을 HF공사에 넘겨 발행된 MBS를 특수목적회사(SPC)에서 사들여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이다. MBS에 대한 HF공사의 지급보증을 CB 발행에 활용하는 형식이다. 다른 하나는 HF공사가 직접 자신 명의의 CB를 발행한 뒤 이를 은행이 되사는 방안이다. HF공사는 10월쯤에는 두 방안 모두를 통해 CB 발행에 성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B 발행이 정착되면 현재 유일한 고정금리 모기지론인 HF공사의 보금자리론 외에 시중 은행도 다양한 장기·고정금리 모기지론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간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단기·변동대출 중심인 국내 금융시장을 장기·고정금리 대출 위주로 재편하는 데 CB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
HF공사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시중 은행의 재원 조달 방법 중 CB 발행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 “CB 발행이 정착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금리인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