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7000억, 카드 돌려막기式 불법 전용”… 서울시의회, 市 살림살이 ‘파탄’ 경고

입력 2010-08-02 21:50


서울시의회는 시의 살림살이가 ‘파탄지경’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반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의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시가 ‘카드 돌려막기’식으로 재정투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불법 전용했을 정도로 시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15일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였던 시의회에 재정투융자기금의 조성재원과 용도를 일반회계로 확대하는 ‘재정투융자기금 설치조례 개정안’을 제출했다. 재정투융자금은 도시기반시설과 지역개발사업 등 대규모 투자 사업에 대한 융자를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조례를 통해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다. 개정안은 민선 4기 의원들의 임기 마지막날인 6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조례는 지난달 15일 공포와 더불어 시행됐다.

그러나 시는 이 조례가 효력을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월 30일 재정투융자기금에서 70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입했고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게 시의회의 주장이다.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사건은 시의 재정이 얼마나 고갈되고 급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불법 전용은 부도위기를 맞은 그룹사가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돌려막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전용을 통해 재정투융자기금의 잔액은 2008년 말 504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122억원으로 줄었다.

시의회는 또 남발된 개발사업으로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부도위기 상황이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시 산하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농수산물공사·시설관리공단·SH공사의 부채는 2008년 15조2021억원에서 2009년 20조3902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SH공사는 2009년 말 현재 부채가 16조3455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1일 15억3500만원씩 모두 2736억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SH공사는 빚을 갚기 위해 올 상반기 1조49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이는 SH공사가 지난 한 해 발행한 어음 규모보다 6800억원 많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중 재정분석 태스크포스(TF) 운영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업 재검토를 서울시에 요구할 것”이라며 “시가 재정계획을 재점검하지 않을 경우 재정운용 문제와 SH공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자금 전용은 지난해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다가 일시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 오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금에서 자금을 일시적으로 융통한 것이며 오는 9월까지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또 “시의회의 지적과 시민들의 우려 등을 감안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 중에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별도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