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발표 앞둔 증권사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10-08-02 21:14


증권사들이 1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상반기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주식 중개수수료가 준 데다 금리상승으로 보유 중인 채권평가 손실이 커진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을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증권업계와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6개 증권사(대우 삼성 우리투자 현대 미래에셋 키움)의 1분기 추정 합산순이익은 2364억원으로 예상됐다. 전 분기 대비 23.6%, 전년 동기 대비 41.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와 종금업을 겸하고 있는 동양종금·메리츠종금증권 등은 부동산 PF대출 부실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달 초 일찌감치 1분기 실적을 공시한 유진투자증권은 전 분기 83억원의 순손실에 이어 이번에는 47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부동산 PF대출 또는 관련 채권 부실화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이 1분기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대손충당금이란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조4833억원에 이른다. 연체율은 29.5%다. 증권사의 PF대출 잔액은 은행(50조원)이나 저축은행(11조원)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연체율은 은행권에 비해 많게는 20배 이상 높다. 자금회수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고, 손해를 입을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쌓아 1분기 실적에는 영향이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 대출이 불가능한 증권사 특성상 숨어 있는 대출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4년 전 부동산 PF대출에 안 뛰어든 증권사가 없었고, 간접 대출로 나간 부분은 재무제표에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실적 뚜껑을 열어보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증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증권사의 PF대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저축은행 수준으로 상향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 중이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선임연구원은 “대형사들은 PF대출 부실 영향권에서 다소 비켜간 모습이지만 자산에 비해 과하게 투자한 곳은 실적 개선이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