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 회장 기자간담회… “우리금융 당장 인수 어렵다”

입력 2010-08-02 21:14

KB금융지주의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어윤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금융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로 평가했지만 핵심 대안인 인력 감축 방안은 요원하다. 수익 극대화에 안성맞춤인 우리금융지주가 매물로 나왔지만 자생력 강화 없는 인수·합병(M&A)은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는 판단도 드러냈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어 회장의 이 같은 고민이 묻어났다.

어 회장은 “적자를 기록 중인 KB금융이 다른 회사를 흡수합병하기는 어렵다”면서 “아직 힘도 없고 준비도 되지 않아서 건강해진 이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은 준비 없이 지주회사가 됐다”면서 “과거 투자금융(IB)이나 생명보험 등을 너무 비싸게 사서 주주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 인수 불참을 선언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사회 결정 사항이라 즉답을 하기 어렵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그는 학자적 입장을 전제로 메가뱅크론에 대한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어 회장은 “금융강국 스위스의 UBS은행 같은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00%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 분야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자체 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하면서도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우리금융이 다른 지주사에 합병될 경우 리딩뱅크 지위를 빼앗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당장은 KB금융 구조개혁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전산화 작업과 인력 구조조정이 핵심이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노조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2만7000여명에 달하는 지주사 임직원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효율성을 높이기는 버겁다고 보고 있다.

박동창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팀장(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인력 감축 없이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지속적인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향후 국민은행 운영 방안에 대해 “은행 경영은 전적으로 민병덕 신임 행장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KB카드 분사문제에 대해선 “최근 분사키로 결정해 7∼8개월 후에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악화된 신용상태 등을 이유로 국민은행의 장기외채 발행자 신용등급을 ‘A+’에서 신한은행과 같은 ‘A’로 하향조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