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대북제재 방향은… 北 관련국·금융기관에 “거래 끊어라” 전방위 압박
입력 2010-08-02 21:34
로버트 아인혼 미국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이 2일 공개한 제재안의 골자는 재래식 무기, 사치품, 위폐, 가짜 담배 등 각종 불법 거래를 일삼는 북한의 개인·기업 등에 관한 리스트를 공개하고, 관련국 정부나 금융기관에 거래를 못하도록 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신뢰도를 생명처럼 여기는 금융기관의 속성상 리스트에 올라간 북한의 개인이나 기업의 거래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 측 설명이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금융기관이나 주체는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만을 위한 맞춤형 행정명령(대통령령)을 새로 제정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을 통해 산재해 있는 북한 관련 제재가 집대성된다는 것이 우리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대북 제재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결의 1874호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제재인 행정명령 13382호 등으로 다양하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새로운 행정명령은) 기존 재제를 보다 강력하게 수행하기 위해 북한 관련 제재를 한데 묶어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로 WMD 확산이나 테러 방지에 몰입했었지만, 앞으로는 불법 거래 전반에 칼을 들이대 북한 지도부로 가는 돈줄을 끊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기존 제재도 함께 강화된다. 행정명령 13382호의 경우 22개 기업과 1명의 개인을 제재대상에 올려놨다. 아인혼 조정관은 “조선광업개발무역, 조선령봉총기업, 단천상업은행 등의 회사들은 실명이나 가명, 자회사, 유령회사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라며 구체적인 이름을 적시하고 제재 대상에 추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제재 근거로 행정명령을 택한 이유는 신속성 때문이다. 행정명령은 의회 심의와 의결절차 없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즉시 발효된다. 지금껏 미국이 축적한 대북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이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곧바로 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아인혼 조정관은 이 같은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채찍만 드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비칠 경우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부담이다.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대북 압박강도를 높일 경우 긴장국면만 장기화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으로서는 이란에 이어 북한까지, 전선이 두 개로 확대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게 된다.
미국 대북제재안의 세부 내용은 4일 한·일 방문이 마무리된 뒤 수주일 내 미국 행정부 관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