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종종걸음… 공식일정만 10여개 초고속행보 한반도 전문가 명성
입력 2010-08-02 18:14
‘저승사자에게도 숨 가쁜 하루였다.’
로버트 아인혼 미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은 2일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과의 면담 일정으로 분주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3일까지 서울에 체류하는 30여 시간 동안 무려 10여 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전날 밤 입국한 아인혼 조정관은 오전 7시30분 한국 외교부 수장과의 아침식사로 빡빡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1990년대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에 깊이 관여하면서 당시 북미국장이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알고 지냈고, 이런 친분이 조찬으로 연결됐다. 이어 외교부 당국자들과의 면담이 줄줄이 이어졌다. 오전에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용준 차관보과 면담을 했다. 위 본부장과 이 차관보 모두 면담시간을 15분 넘게 연장하는 등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오전 11시45분으로 예정됐던 약식 기자회견은 낮 12시20분이 돼서야 이뤄졌다. 오후에는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과의 오찬에 이어 조현 다자외교조정관 및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만난 다음 남영동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IRC)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녁에는 위 본부장과 만찬 회동하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조율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천안함 사태와 추가 대북 금융제재에 가려 있지만, 한·미 간 민감한 현안 중에 하나인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도 다룬다. 따라서 그는 대북 제재뿐 아니라 이란 제재, 원자력 협정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다양한 한국 측 담당자와 접촉해야 했다.
아인혼 조정관이 이끌고 온 대북 제재팀 면면도 눈길을 끈다. 아인혼 조정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미사일 협상 미측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도 한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다.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 역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총괄하며 북한에 큰 고통을 준 인물이다.
아인혼 조정관과 글레이저 부차관보 일행에 국무부에서 2명, 재무부에서 1명이 동행했다. 주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전문가, 금융제재 전문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혼 조정관을 보좌하는 리처드 존슨 보좌관은 비확산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고, 재무부 소속 카트리나 캐럴은 글레이저 부차관보를 보좌하는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 전문가이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