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프간 첫 철군… 美 “어떡하나”
입력 2010-08-02 21:17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중 네덜란드가 1일 처음으로 철군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이끌고 있는 ‘선한 전쟁’ 이미지에 균열을 내며 주요 동맹국 내에서 철군 요구가 덩달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전쟁을 주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나토 동맹국 중 첫 철수=네덜란드 외무부는 아프간 주재 네덜란드군 1900명이 4년간 파병 임무를 마치고 이날부터 단계적인 철수 작업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철군은 9월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다. 네덜란드군 임무는 미군과 호주군이 떠맡게 된다.
네덜란드군은 2006년 이후 파병기간 중 24명이 숨지고, 140명이 부상했다. 나토가 올 8월로 임무가 종료되는 네덜란드군에 파견 연장을 요청했지만 자국 내 참전 반대여론은 거셌다. 급기야 지난 2월 이 때문에 연정이 붕괴됐다.
나토 대변인 조지프 블로츠 준장은 “이것이 연합군의 결속력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네덜란드군 철군 의미를 축소했다.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군사학적으로 1900명의 숫자는 유의미하지 않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고 평했다. 동맹국에서 첫 철군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토 동맹국의 추가 철군도 예고된 상황이다. 캐나다는 2800명 파병군을 내년까지 철군한다. 영국과 미국도 2011년 철군을 시작할 뜻을 밝혔었다.
폴란드도 2012년까지 2600명의 자국군을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AP통신은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이 조기철군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아프간 전략 수정=이번 철군은 9년째 접어든 아프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지난달 미군 사망자 수는 66명으로 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다.
아프간 전력 공백이 우려되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1일 ABC방송 대담프로 ‘이번주’에 출연해 “미군 철군도 초기 단계에선 아주 적은 병력만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통제력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간전에서의 대테러 전략을 안정된 정부를 정착시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반군을 ‘표적 살해’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미군 내부에선 알카에다 및 반군의 표적 살해가 의외로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자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위키리크스의 아프간군 기밀 폭로사건을 통해 드러난 미국의 전략적 실수를 지적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탈레반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최소 병력을 파견한 것과 동맹국간 컨트롤타워 부족, 탈레반의 잠복과 재기 가능성을 소홀히 한 점 등이 거론됐다. 오바마 행정부도 미리 철군 일정을 밝히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