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의원들 “오바마 유세 안왔으면…”
입력 2010-08-02 18:07
“여러분이 내키지 않는다면 ‘지원 유세하러 지역구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도 됩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상원의원 9명이 오찬을 하면서 나눈 얘기 중 한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1월 중간선거 때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고 부탁해도 괜찮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참석했던 상원의원은 모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는 처지에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간선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래서 여당인 민주당은 의석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선거지원 유세는 반기지 않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신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거자금 모금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과는 대조적으로 공화당은 기세등등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하향 곡선을 긋고 있는 사실은 야당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는 선거광고 전략을 시행 중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래저래 대통령이란 존재가 부담스럽기만 한 형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해 하나의 교육과정에 필요한 모든 학업을 완수하지 못했을 때 받는 ‘불완전이수(Incomplete)’ 학점을 매겼다. 그는 1일 CBS방송에 출연,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가 완전히 반등하지 못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의 완전한 붕괴 방지, 금융시장과 자동차산업의 회생,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통과 등을 거론하면서 전반적으로는 ‘꽤 괜찮은 실적’을 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아쉬운 점으로는 현재의 행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꼽았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