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光化門’과 ‘광화문’의 차이

입력 2010-08-02 18:05

오는 15일 광복절에 새로 걸리는 광화문 현판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현판에 대한 단청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이 공개되자 한자를 포기하고 한글 현판을 새로 만들어 달자는 주장이 뒤늦게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은 경복궁 복원 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침표이자, 수도 서울의 상징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글학회 등은 “광화문광장에 서 있는 세종대왕 동상 뒤에 한자 현판을 거는 것은 한글 모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숭례문 현판처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굳이 한말의 비참하던 시절에 만들어 달았던 현판의 사진을 보고 복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훈민정음에 나오는 것을 집자해 쓰든지, 박정희 대통령이 쓴 예전 한글 현판을 달자”고 주장한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광화문 복원의 대원칙이다. 우리 정부는 1990년 민족정기를 살리기 위해 장장 20년짜리 경복궁 복원 계획을 수립하면서 고종 시절의 건축을 기준으로 삼았다. 일제가 침략정책의 일환으로 경복궁을 변형하거나 훼손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예산 2000여억원을 투입해 3250평의 부지에 왕의 침전인 강녕전을 비롯해 93개 건물을 복원했다. 수많은 반대 속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것도 이 원칙에 따랐기 때문이다.

광화문 현판 논란도 이 기준을 피해갈 수 없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건립된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고종 2년(1865)에 대원군이 재건하였으므로 현판 역시 고종 시절의 것으로 복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복궁 중건 당시 책임자였던 무관 임태영이 쓴 한자 현판을 복원해 다시 거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밖에 광화문광장이나 세종로라는 이름, 세종대왕 동상은 모두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니 광화문 복원과 관련된 논의에서 제외된다. 이런 논리를 확대하면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서 있는 덕수궁의 정문 ‘大漢門’도 한글로 표기해야 된다. 한글사랑과 광화문 현판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