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대학의 몸부림은 유죄

입력 2010-08-02 21:09

#1. 충남 A사립대의 B교수는 요즘 크게 후회하고 있다. 2년 전 그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신임교수에 임용됐다. 10년 가까이 주경야독으로 어렵사리 석·박사 학위를 받고 어릴 적 꿈을 이뤘다는 감격은 그를 들뜨게 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만원 이상 줄어든 월급은 차라리 견딜 만했지만 혼신을 다해 가르쳐도 무관심·무기력한 학생들은 벽창호 그것이었다. 자신의 교수법을 고민하는 사이 불필요한 대학행정에 동원되거나 신입생이 날로 줄어들어 학생 호객 임무까지 떠맡아야 하는 일 등은 그를 절망케 했다.

#2. 서울 C사립대 대학원 D교수는 신입생 면접 때마다 자괴감이 앞선다. 지원자들 중에는 대학 때 성적이 매우 좋지 않거나 예비 연구자로서의 자질이 갖춰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대학원 진학 목적이 분명치 않은 지원자들 때문에 골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당국은 대학원 정원을 채워야 한다고 밀어붙이니 소양이 부족한 학생도 받아들여야 했다. D교수는 일부 대학원 지원자들의 학적세탁을 대학이 방조하는 꼴이라며 개탄했다. 그는 서울의 몇몇 상위권 대학을 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두 사례는 얼마 전 연구자들 모임에 갔다가 들은 자조 섞인 대학교수들의 하소연이다. 신입생이 줄어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대학들의 아픔, 이런저런 대학원을 벌여놓고 지원자 부족을 메우려는 서울 소재 일부 대학들의 변칙 대응이 그대로 드러난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취업률, 장학금 수혜율 등을 허위·과장 광고한 19개 대학을 적발해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1일 밝혔다. 더 많은 신입생을 끌어들이려는 대학의 몸부림인 셈. 시골장터의 뜨내기 장사치들이 하는 뻥튀기 사기수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당연히 이들의 몸부림은 유죄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였을까. 직접적인 원인은 인구감소에 있지만 가장 뿌리 깊은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학력관이다. 대학 진학률 세계 최고가 말해주는 것처럼 대학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변질되면서 장기적인 인력수급과 무관하게 양산됐던 것이다. 여기에 일부 대학에서는 인구감소에 대응하여 대학원을 또 다른 수익사업으로 모색, 운영하고 있다.

눈높이가 높아진 고학력자들은 이미 고용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대학은 물론 인력수급정책이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젊은층 인구는 계속 줄어들 텐데.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