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예능 ‘끼워팔기 출연’ 방송사 횡포 논란… 이하늘, 트위터에 질타
입력 2010-08-02 11:19
DJ.DOC의 멤버 이하늘이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끼워팔기 관행을 질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하늘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지(거지)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라는 글을 올려 “‘강심장’을 안 하면 자기네 방송(인기가요)에 출연 안 시켜주신다며 스케줄을 빼주셔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SBS ‘인기가요’가 자사의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 출연을 거절한 DJ.DOC의 출연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BS 측은 “공교롭게도 컴백 가수가 너무 많아 ‘인기가요’ 컴백 무대가 한 주 미뤄진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방송사가 가요 프로그램을 빌미로 다른 프로그램 출연을 유도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상파 방송3사의 가요 프로그램은 대중 노출도가 높은 만큼, 가수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행사한다.
올해 초 컴백한 한 톱가수는 “방송3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컴백 무대를 마련해 주면서 각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부탁이 들어왔다. 힘들지만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인기 아이돌의 매니저는 “아무래도 CP(책임 프로듀서)가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을 묶어서 관리하니까 가요 프로그램에서 섭외할 때 예능도 같이 섭외가 들어온다. 곡을 내면 가요 프로그램에는 몇 주 이상 나오고 싶으니까 방송사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방송사 관계자들도 끼워팔기 관행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가요 프로그램 PD는 “방송사도 시청률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과 예능을 연계시킨다. 드라마도 배우가 출연 앞두고 자사 토크쇼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수는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정 출연을 하거나 MC를 맡으면 다른 방송국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MBC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인 가수는 KBS나 SBS 가요 프로그램 측에서 출연을 꺼리거나, S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가수는 KBS 가요 프로그램에 먼저 출연하는 것을 꺼리는 식이다.
이러한 관행은 시청률과 인기에 매몰된 가요 프로그램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토크쇼에도 못 부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가수들은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는 효용 가치가 없으니 더더욱 안 부르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방송사가 시청률과 인기에 급급해 가요 프로그램을 이용할수록 다양한 음악을 해온 뮤지션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