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없이 킬러 없다… 열악한 여자축구 현실·과제

입력 2010-08-02 21:57


“여자축구 더 많이 응원해주세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지메시’로 스타 반열에 오른 지소연(19·한양여대·사진)의 미니홈피에 써 있는 글이다.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43)씨는 “소연이는 평소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고 말한다.

U-20 여자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3위라는 성적을 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여자축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지소연의 말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국내 팀의 경우 초등학교 18개팀, 중학교 17개팀, 고교 16개팀, 대학 6개팀, 실업 7개팀, U-12 1개팀 등 모두 65개팀에 등록 선수 1404명이 고작이다.

더 큰 문제는 이마저도 계속 줄고 있다는 데 있다. 2007년과 비교할 때 초등학교 팀은 7개팀이 감소했고 중학교와 고교팀은 2개씩 줄었다. 대학팀인 위덕대와 영진전문대도 내년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여자 축구의 저변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팀의 감소가 두드려져 여자 축구의 뿌리가 뽑혀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되던 지원금이 줄어 팀 창단과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초등학교팀 관계자는 “기존 지원금도 팀 유지에 빠듯한 상황이었는데 이마저도 계속 줄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월드컵 잉여금을 팀 창단 지원금과 대회 참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학원팀 창단을 독려했다. 2003년 당시 문화관광부는 학교별로 연간 500만∼5000만원의 창단 지원금과 500만∼1500만원의 대회 참가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으나 해가 거듭되면서 그 규모는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지원책과 함께 일선 학교나 학부모가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자축구에 대한 장기적 발전 계획 없이 지원금에만 의지해 창단하다 보니 교장이 바뀔 경우 팀이 없어지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또 전국체전 등 학교의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를 중심으로 출전하고 연맹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대회 운영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여자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학업을 병행하는 방과 후 활동 등으로 운영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수의 축구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급급하기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축구가 익숙한 놀이이자 운동이 돼야 저변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 김정선 과장은 “현재 학원 축구는 전통 있는 여자 학교가 없을 정도로 그 층이 매우 얇다”며 “유행에 맞춰 창단했다가 해체를 거듭하는 것보다 여자 축구를 시스템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