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권 선교사명 안고 돌아온 방선기 목사 "난생 처음 인상파 그림도 샀죠"

입력 2010-08-02 16:39


[미션라이프]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만남이 진로를 바꿀 때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운명이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부른다. 그 만남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요양차 간 프랑스에서 아프리카 불어권 선교의 비전을 발견한 방선기(이랜드 사목) 목사도 그런 경우다.

1년간의 안식년을 마치고 7월 24일 귀국한 방 목사를 이랜드 본사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방 목사는 예전보다 훨씬 활기가 넘쳐 보였다. “1년간 프랑스어 배우는 데만 보내는 게 하나님 보시기엔 너무 아까우셨나봐요. 프랑스 교회를 통해 아프리카 선교의 가능성을 보며 나중엔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방 목사는 1년간 엑상프로방스 지역의 대학 랭귀지 스쿨을 다녔다. 30년 전 프랑스에 머물렀던 기억을 되살려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휴강이 아까울 정도로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불어권 선교의 비전을 발견한 뒤 프랑스어 공부가 더 가속도가 붙었음은 물론이다. 귀국한 뒤엔 곧바로 프랑스 문화원에 등록했다. 이 페이스라면 1~2년 내에 프랑스어 설교도 가능할 거라고 자랑했다.

방 목사가 꿈꾸는 아프리카 불어권 선교는 철저히 프랑스인들이 주도하는 것이다. 현재 몇몇 프랑스의 그리스도인들이 문서를 통해 이 사역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선교 대상국가라고 할 만큼 복음의 영향력이 전무한 곳이지만 방 목사는 이들 문서선교사들을 통해 아프리카 선교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것이다. 방 목사는 앞으로 프랑스의 그리스도인들을 선교사로 훈련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물론 이랜드 사목, 직장선교, 가정 교회 사역도 병행한다.

방 목사는 “태어나 처음으로 그림을 사고, 그려봤다”고 말했다. “모네 세잔느 고흐 등 주로 인상파 그림들인데, 예술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전엔 거들떠보지지 않았는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근대회화전에도 꼭 가볼 생각이에요.”

관광 역시 하나님 만드신 이 땅을 즐기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발견했다. 목회자들이 은퇴 후 관광가이드를 해보는 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다. 직장인들에게 은퇴를 준비하는 자세와 방법을 소개하는 책도 쓰고 있다. 방 목사는 이와 관련 “은퇴한 사람들을 선교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것은 자칫 사람들을 선교 도구화할 수도 있다”면서 “은퇴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준비중인 직장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우선 가능한 한 은퇴를 늦출 것. 은퇴 후엔 철저하게 자기의 달란트와 관련한 일을 찾을 것. 그것도 안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것. 돈 되는 일만 찾다보면 결국 직장의 연장선이 되고, 인생의 후반전마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20년 넘게 이랜드 사목으로 사역하면서 그리스도인 직장인의 역할에 대해 강의하고 글을 써왔다. 다시 물었다. 그리스도인 직장인의 정체성에 대해. “해답은 없습니다. 성경에서도 또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성경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겸손, 성실, 정직 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술 문제를 예로 들며 마시느냐 마느냐 양 극단이 아니라 무례하지 않게 거절하고, 거절할 수 없다면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양 극단의 대처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설명이다.

3년 전 ‘홍역’이었던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무척 조심스러워하면서 “신호등이 깜빡깜빡할 때 허겁지겁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인 격”이라며 “불법은 아니지만 지혜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막 통과된 법(비정규직보호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생존권이 달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설명이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