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들, 월드컵 3위 기적을 쏘다
입력 2010-08-02 00:59
등록 선수가 1404명에 불과한 한국 여자 축구가 기적을 일궈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지메시’ 지소연(19·한양여대)은 실버슈(득점 2위)와 실버볼을 수상하며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FIFA U-20 여자월드컵 3, 4위전에서 후반 4분 지소연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콜롬비아를 1대 0으로 꺾고 동메달을 수상했다.
월드컵 3위는 한국 축구가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이후 남녀 통틀어 FIFA 주관 국제 대회 최고 성적이다.
한국 축구는 앞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남자가 4강에 들었지만 모두 4위에 그쳤다.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에서는 폴란드와의 3, 4위전에서 1대 2로 패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3, 4위전에서도 경기 시작 11초 만에 터진 터키 하칸 쉬퀴르의 골 등으로 2대 3으로 패했다.
전반전에서 득점에 실패한 한국은 후반 지소연의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4분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권은솜(20·울산과학대)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지소연은 콜롬비아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린 채 오른발로 침착하게 땅볼로 차 결승골을 만들었다. 지소연 본인에게 8번째 골이자 한국팀으로서는 13번째 골이었다.
지소연은 추가 득점이 없어 득점왕(골든슈) 등극에 실패해 실버슈를 받았다. 또 결승전 이후 발표된 기자단 투표에서 실버볼 수상자로 선정되며 이번 대회 최고스타 중 한명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 선수가 브론즈볼을 수상한 것이 유일한 개인 수상이다.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소연이라는 스타 탄생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성인 대표팀에서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의 쾌거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꽃을 피워낸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비인기 종목이 비슷한 현실이긴 하지만 인기가 없는 탓에 엷은 선수층, 그에 따른 결과인 주위 관심 부족, 자연스레 이어지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뤄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1404명에 불과하다.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유소년팀 등 모두 65개 팀에 불과한 자원을 갖고 세계 3위를 이끌어낸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편 이번 월드컵 우승트로피는 개최국 독일이 가져갔다. 독일은 이날 빌레펠트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결승전에서 득점왕(10골) 알렉산드라 포프의 전반 7분 결승골과 후반 46분 킴 쿨리그의 골로 2대 0으로 승리했다. 포프는 득점왕과 골든볼 2관왕을 차지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