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콕 찍어 맞춤형 제재”… 압박 그물망 바짝 죈다

입력 2010-08-02 00:51

미국은 대북 추가 금융 제재와 관련해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 않고 행정명령(대통령령)을 통하되 북한을 특정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1일 전해졌다. 법률보다 유연한 형식을 택하되 제재 실효성을 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행정명령은 통상 대량살상무기(WMD)나 대테러 등 관련 이슈별로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에 북한만을 위한 맞춤형 행정명령을 만든다는 것이다. 국가를 특정하는 방식의 제재는 비록 대통령 명령을 통한 것이긴 해도 실질적 파급력은 물론 상징적인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방식의 제재는 최근 이란에 취해진 것뿐 아니라 과거 쿠바 등에 대한 조치도 있었으며,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수반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산재해 있는 대북 관련 제재들을 한 군데로 집약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제재는 완전히 새로운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촘촘하게 얽혀 있는 기존 제재 그물망을 살펴보고 헐거운 부분을 찾아내 메우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대북 제재 명령을 통해 WMD 관련 행정명령 13382호, 대북 사치품 수출 및 무기 확산와 관련된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까지 제재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외연의 확장과 조밀화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이란에 부과되고 있는 제재와 비교하면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포괄적 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일부 기관들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을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국제 금융의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융기관에서 배제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하다. 행정명령은 이보다 강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 고위 소식통은 “금융기관들은 신용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면서 “행정명령이라는 형식이라서 제재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미국 정부의 제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이 신뢰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는 애국법 311조에 따라 마카오 소재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취한 조치는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불필요한 장애를 우려한 전 세계 대부분 금융기관이 BDA와 거래를 기피했고, 결국 마카오 당국은 북한 자금을 동결하기에 이르렀다.

행정명령을 통한 형식의 제재는 대화 국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만들고 없앨 수 있는 만큼 6자회담 재개 국면 등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제재 국면을 모면하려는 의도이긴 해도 지속적으로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중국 역시 6자회담을 원하고 있어 유연성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 또 과거 BDA 제재 때 미국 국내에서는 제재를 풀어주는 근거에 대해 애국법 위반이라는 논란에 휘말려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작용한 듯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