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초대석-오사카온누리교회 부임 문봉주 목사] 그의 나라 ‘일본대사’ 명 받았습니다

입력 2010-08-01 19:24


평신도 시절 ‘성경의 맥을 잡아라’는 강의로 유명했던 문봉주(61) 목사가 3일 일본 오사카온누리교회 담임목회자로 부임한다. ‘선교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 땅으로 떠나는 그를 지난 30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 22일 목사안수를 받은 ‘새내기 목회자’이지만 그는 일본에 대한 이해, 선교에 대한 열정과 헌신에서 남달랐다.

문 목사는 30여년 봉직했던 외교통상부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이었다. 주일대사를 기대해볼 만했지만 정년퇴임하기까지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10여년 전부터 ‘성경의 맥을 잡아라’는 강의로 ‘목회자들을 긴장시키는 성경강의 전문가’ ‘탁월한 평신도 목회자’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는 성경을 역사적 흐름, 즉 연대기적 접근법에 따라 읽고, 성경 인물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 성경 지리 또한 정확하게 알고 온몸으로 그 말씀을 체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의 저서 ‘새벽형 크리스천’ ‘성경의 맥을 잡아라’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하나님의 인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퇴임 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시작한 신학 공부를 마치고 목사가 된 것.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온누리교회 부목사로 사역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번에 일본 선교사로 떠나게 됐다.

그는 한때 ‘어둠형 인간’이었다. 모태신앙인이었지만 술과 담배, 이성과 합리주의, 사회적 성공 등에 더 가치를 부여했다. 삶 속에 스며든 이 어둠에 붙들려 지냈다. “어둠은 이렇게 속삭였어요. 하나님은 없어. 있을 턱이 없잖아.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어. 넌 명문대생이잖아.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신 따위를 믿느냐.”

90년대 초까지 엿새 동안은 철저한 세속인, 주일은 경건한 기독인이라는 이중생활을 하면서도 어떠한 거리낌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새벽설교를 위해 날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야 하는 목회자들의 피곤한 삶을 지켜보며 결코 목회자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었다. 그런 그가 새벽기도를 생활의 중심축으로 삼게 되고 마침내 목회자가 된 것 자체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라고 문 목사는 고백했다.

그는 “이번에 ‘하나님 나라의 주일대사’가 된 게 영광스럽다”며 “하나님이 왜 그토록 일본에 대한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셨는지 놀랍다”고 간증했다. 문 목사는 “수년 전 여러 차례 하나님이 목회자로의 부르심과 일본선교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주셨기 때문에 인생 후반전이 일본 땅에서 이뤄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일본으로 떠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지난해 8∼9월 매주 수요일 8주에 걸쳐 일본어로 ‘성경의 맥’을 강의했다. 그것도 이번에 부임하는 오사카온누리교회에서 일본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엔 걱정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일본어를 하지 않았거든요. 더군다나 일반 용어와 성경 용어가 매우 다르니까요. 그때 하나님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주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본 선교 예행연습이었던 셈이죠. 목회 경험 9개월밖에 안 된 제가 앞으로 일본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도구삼아 자신의 비전을 성취하실 것이니까요.”

문 목사는 400명에 달하는 오사카온누리교회 성도들을 위해 어떤 목회를 해야 할지 지난 7개월간 금요철야기도회를 인도하면서 어느 정도 정립했다고 한다. “매주 철야예배 후 성도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수기도를 하다보면 2∼3시간을 훌쩍 넘겨요. 어느 때는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자살 충동, 두려움, 열등감, 분노, 가난, 가족간 불화, 죄의식 등 상대방의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며 기도하다 보니까요. 그때 확인한 게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로 근심 걱정한다는 겁니다. 이 모두가 사탄이 주는 이미지인데도 속아 넘어가요.”

그는 “경제 사회적으로 발전한 나라일수록 많은 문제 이면에 ‘하나님 말씀 결핍증’ ‘기도 결핍증’이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며 “일본에서 성경 읽기와 기도 중심의 삶 살기, 멘토와 멘토링 운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성경 지식과 믿음을 혼동하지 않는 올바른 성경읽기 방법을 전 세계 일본인들에게 보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목사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구사하는 게 더 나은 미주 한인 2세들을 위해 ‘성경의 맥을 잡아라’ 영문판을 펴낸 바 있다. 중국어 스페인어판도 준비 중이다.

그에게 목사가 된 뒤 변한 게 뭐냐고 물었다. “장로였을 땐 개인 스케줄에 맞춰 하고 싶은 사역만 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가 되니 개인 시간이 없어지더라고요. 온누리교회, 잘 아시잖아요. 담당 공동체(교구) 사역, 심방, 장례, 주례, 각종 예배 준비와 설교, 기도, 성경강의 등 빠듯한 일정 속에서 지내니 평신도 시절 매월 한두 번 치던 골프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무슨 운동이든 하는 게 필요하죠. 그런데 운동보단 설교를 위해 좀더 성경을 묵상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앞으로 문 목사의 일본선교 행전이 어떻게 기록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문봉주 목사는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수료, 한국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졸업. 외교부 동북아1과장(88∼91), 주중한국대사관 공사(95∼98), 외교부 아태국장(98∼99), 주뉴질랜드대사(99∼2001), 주미 뉴욕총영사(2004∼2007) 역임. 홍조근정훈장 수상(97), 온누리교회 부목사. 박종숙 사모와의 슬하에 1남 2녀. 저서는 ‘새벽형 크리스천’ ‘성경의 맥을 잡아라’(한글판, 영문판).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