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서 42시간 달려온 ‘구원의 노래’
입력 2010-08-01 19:16
동유럽 벨라루스의 6인조 워십밴드 스파세니예의 한국 방문은 대장정이었다. 지난 29일 ‘2010 진도 국제 씨+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까지 장장 42시간이 소요됐다. 드럼을 제외한 키보드, 베이스 기타 등 제법 무게가 나가는 악기를 직접 운반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벨라루스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13시간 동안 직접 운전했고, 모스크바에서 두바이까지 비행기로 4시간 이동했다. 이어 8시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3시간여, 목포에서 진도 가계해수욕장까지 1시간을 버스로 움직였다. 주요 교통수단을 탄 것만 30시간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리허설이 진행된 진도 늘푸른교회에서 만난 이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베이시스트 마이크는 “천국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동유럽과 사뭇 다른 분위기, 색으로 치면 그린에 가까워요. 들판은 푸르고, 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요. 무엇보다 주 안에서 형제자매인 한국의 기독인들과 함께하니까 이곳이 천국 같네요.”
스파세니예는 ‘뉴예루살렘’과 함께 동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천 밴드다. 1992년부터 DVD를 포함해 12장의 앨범을 냈으며 벨라루스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팀 이름인 ‘스파세니예’는 러시아어로 ‘구원’이다. 이들의 곡은 친구인 한 목회자가 가사를 쓴다. 이 목회자는 10년 전 스파세니예의 이름으로 봉헌한 교회를 맡고 있다. 또 마이크 등 미국인 2명은 벨라루스에서 찬양 공연을 하다 의기투합해 함께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종교적 자유가 한국만큼 보장되지 못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워십밴드 중에는 이 같은 이유로 인근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팀의 리더 이고르는 밴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1980년 예수를 영접하고 친구들끼리 밴드를 결성했어요. 어느 날 시내에서 길거리 연주를 했는데, 100여명이 몰려든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복음을 전하는 데 노래만큼 좋은 도구는 없겠구나 하고요.”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서적 등을 통해 한국에 친숙하다고 설명했다. 이고르는 “처음 읽은 기독 서적이 10년 전 조 목사의 4차원 영성 인쇄물이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에서는 모두 10곡을 불렀다. 그 가운데 대표곡 ‘종이배’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노래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종이배도 안전하다는 내용이다.
‘가을’이라는 곡은 친구 아버지의 ‘아름다운 죽음’을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 비유해 하나님과 동행하는 마지막 때를 동경했다.
이들은 단 한번의 한국 공연을 마친 뒤 또 다른 공연을 위해 30일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노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게 원칙이라는 이 팀은 출연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