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돌아오라, 집토끼여’

입력 2010-08-01 19:00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뛰쳐나간 ‘집토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원래 자신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 유권자들과 지난 대선 때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무당파중 친(親)진보 유권자들이 그들이다. 이 집토끼들은 지난 1년반 동안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지지를 거둬들인 사람들이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건강보험이나 이민자 정책,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등 국내외 최우선 현안에서 보수 세력의 주장에 밀려 어정쩡하게 타협을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위기다.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현재보다 의석을 더 잃는 것은 확실하고, 하원 다수당을 내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색깔’을 확실히 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그는 감세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나, ‘중산층 감세 지속, 고소득층 감세 제외’ 방침을 밝혔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마련한 감세정책은 올해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일률적으로 감세를 연장하라는 공화당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이와 함께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들에게 향후 99주까지 실업수당 지급을 연장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수백만명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에 관한 정책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사항이자 진보 진영이 강력히 요구하는 현안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똘똘 뭉쳐 반대하는 등 그동안 진보와 보수가 파열음을 내온 법안이었다. 이 상징적인 표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공화당을 패배시킨 것이다.

집토끼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또 하나의 전략은 ‘갈라치기’다. 적(敵)을 확실히 구체화시킴으로써 명확한 전선(戰線)을 그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공화당을 ‘공화-티파티당(Repulican-Tea Party)’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티파티는 일부 공화당 후보 예비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극우 성향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이슈들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전통적 지지층과 우호세력에 ‘오바마가 돌아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