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하반기 빨간불 켜지나… DDR3·패널 가격 하락세 지속
입력 2010-08-01 18:51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LCD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완제품 업체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본격적인 시황 악화인지를 놓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반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타격을 입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주력 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 1066㎒의 고정거래가격이 지난 5월 2.72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2.69달러로 꺾이더니 7월엔 2.56달러로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여러 증권사들은 D램 가격이 3분기에 소폭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는 하락폭이 더욱 커져 국내 업체들의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은 D램 가격이 3분기에 13% 하락세로 돌아서고 4분기엔 34%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외 제조사들의 생산 증가로 D램 시장이 4분기부터 공급 과잉으로 전환돼 분기 실적 악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CD 패널 가격은 D램보다 앞서 지난 4월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42인치 TV용 패널 가격은 3월 340달러에서 4월 335달러로 떨어지더니 7월엔 315달러로 주저앉았다. 디스플레이뱅크 측은 가격 하락세가 적어도 이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사들은 감산에 나섰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중국과 유럽에서의 TV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쳐 재고가 정상 수준 이상으로 쌓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대만 업체들은 이미 감산에 돌입했고 우리도 8월엔 조금 감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제조사들의 입장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하반기 거시경제 불안요소로 메모리 시장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호황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남성 삼성전자 전무는 “상반기의 타이트한 성장세는 약화되겠지만 공정 고도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삼성전자는 LCD 감산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달 중 감산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의 권 사장도 “공급 과잉보다는 일시적인 재고조정이 가격 하락의 원인이기 때문에 9월쯤 수요와 가격이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