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 MB맨들 ‘인수 선봉’ 나선다

입력 2010-08-01 22:17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하나금융지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금융으로선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숙원사업’이기 때문. 지주사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리딩뱅크 지위에 오른다. 하나금융은 일단 정부 지분 일부를 먼저 산 뒤 합병하는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금융빅뱅’에는 ‘MB맨’들이 주역으로 나선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매수 희망자, 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대학 후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매매자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은 연말로 예정된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와 여전히 매물로 남아 있는 외환은행 인수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휴가 중인 김 회장이 돌아오는 4일 이후 본격적인 인수 전략을 세울 예정이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1일 “은행 인수합병(M&A)은 계속 연구 중이었다”면서 “이제 구체적 방안이 나왔으니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금융 관계자도 “4일 이후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준비 작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도 정부 발표 직후 내부 전략기획팀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실탄이다. 6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당장 마련하기 어렵고, 단순 합병만 할 경우 정부 지분이 그대로 남는다. 민영화 취지에도 어긋날 뿐더러 공적자금 회수도 어렵다. 하나금융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은행 대형화, 하나금융 주주 가치를 고려해 최적의 인수 방안을 마련키 위해 고심 중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하나금융과의 합병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정치적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했을 경우 ‘뒤탈’도 걱정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거쳐 최종 인수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대기업과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소유 목적으로 인수하고, 전문 경영진이 경영을 맡는 식이다. 이 경우 잡음 없이 조기 민영화가 가능하다.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 추후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M&A를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한 자금을 지닌 FI를 구하기 어렵고 일단 매각되더라도 소유주가 분명치 않아 일관된 경영 전략 수립이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우리금융 인수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곳은 하나금융뿐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이어질 금융 빅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민영화가 예정된 산은금융지주는 순이익·시가총액 업계 1위인 대우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157조원에 달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수차례 성공시킨 경험도 탁월하다. 외환 업무와 무역금융의 최강자인 외환은행도 매력적인 매물이다. 증권사 자산 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을 보유한 우리금융까지 포함하면 지주사들은 한 번의 M&A로 수익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를 맞은 셈이다. 금융권이 “당분간 M&A를 하지 않겠다”는 어 회장의 발언을 숨고르기로 보는 이유다. 따라서 M&A 시장의 큰손인 어 회장과 김 회장, 두 ‘MB맨’의 결단에 따라 금융권의 새판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2조7663억원이지만 회수된 것은 5조3014억원에 불과하다. 6월 말 기준 6조7000억원 규모인 정부 보유 지분(57%)을 매각하더라도 이미 투입한 공적자금의 원금(12조7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따라서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한다면 원금도 회수하기 힘들다.

강준구 백민정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