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복무성과 평가制’ 없던 일로… “2011년부터 시행” 발표 11일만에 전면 보류
입력 2010-08-01 21:53
국방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던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 시행을 전면 보류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군에 입대하는 모든 병사의 군생활을 평가해 취업 때 활용토록 하는 평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 각 군에 시험 적용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는 입대한 병사들의 복무 기간 생활을 평가해 제대 시 탁월, 우수, 보통 등으로 나누어 ‘군복무 종합성과관리서’에 기록하는 제도다. 군은 이 성과관리서를 병사 본인이 원하면 기업에도 제공해 취업 참고 자료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었다.
국방부는 그러나 불과 11일 만인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국민적 공감대 미흡으로 검토 자체를 보류한다”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보류 이유로 “군복무 평가 시 보통 등급자 불이익 및 스트레스, 경쟁 유발로 인한 전투력 저해, 공정성 제한, 인력 및 예산 낭비, 여성 취업자 불리 등의 의견이 사회에서 제기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해명대로라면 국민들에게 민감한 제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한 셈이다.
국방부는 당초 제도 도입 발표 당시 ‘군복무 기간은 썩는 기간’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를 통해 ‘생산적 군복무’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무평가서가 기업에 제공되면 군복무 가산점 제도 폐지 이후 사라진 군복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평가 제도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았다. 특히 구직자들은 반대가 심했다. 한 구직 사이트에서 구직자 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6%가 복무평가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병사들 간 경쟁과 갈등 심화’ ‘평가 결과가 나쁠 경우 취업상의 불이익 우려’ 등을 주된 반대 이유로 꼽았다. 특히 군복무가 불가능한 여성의 경우 이 평가 제도가 남녀 간 새로운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군이 제도 시행에 앞서 면밀한 조사와 검토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부터 하다 보니 11일 만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며 “최근 군에서 잇따라 일어난 각종 안전사고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만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제도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며 여론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시행 시기를 다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