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복무평가제 백지화 안팎… 설익은 제도 여론수렴도 뒷전 국방부 망신 자초

입력 2010-08-01 18:28

국방부가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사실상 취소한 것을 두고 대국민 신뢰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군내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민감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해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 관련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 평가로 취업 시 오히려 불이익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남성에게만 유리한 자료로 활용돼 여성이 차별 받는다는 비판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군은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해 내년 1월부터 입대하는 모든 병사의 군생활을 평가할 계획이었다. 제도 시행 방안에 따르면 병사들은 입대 3개월 후 ‘군생활 계획서’를 작성, 자발적으로 목표 달성을 추진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기본훈련, 체력단련, 자기계발, 사회봉사 등의 항목에 자신의 목표를 각각 적어 넣도록 했다. 해당 병사가 일병, 상병, 병장으로 진급할 때마다 직속상관이 목표 수행 정도를 평가하고 조기 진급이나 휴가, 외출, 외박 등의 포상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역 1개월 전에는 직속상관의 절대평가를 포함, 누적된 평가 결과가 기록되는 ‘군복무 종합 성과관리서’가 작성된다. 각 병사의 등급은 탁월(40%) 우수(30%) 보통(30%)으로 나뉘어 평가서에 표시된다. 군은 이 성과관리서를 병사 본인이 원하면 기업에도 제공해 취업 참고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군은 이런 평가 제도를 통해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복무 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이후 사라진 군복무 인센티브 제공 효과도 내심 기대했다. 좋은 복무평가를 받은 병사의 경우 이 자료를 취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발표 이후 좋은 취지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더 부각되면서 복무평가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먼저 구직자들조차 복무평가에 부정적이었다. 한 취업 사이트가 구직자 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6%가 복무평가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반대 이유로 ‘병사들 간 경쟁과 갈등 심화로 군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것’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취업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직속상관 횡포-군복무 기피 등의 부작용’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공정성 제한, 여성 취업 시 불이익 등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군은 안 가면 좋고 일단 가면 썩게 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데, 군생활 평가까지 해서 잘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거부감이 커진 것”이라며 “군에 다녀온 사람이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우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야 비로소 병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