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 재정난, 전·현 정부 책임론 공방

입력 2010-08-02 00:53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에 따른 택지개발 사업 중단 사태가 전·현 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야, “무리한 통합이 재앙 불러”=민주당은 1일 LH 재무구조 악화 및 사업 중단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상임위 소집, 국회 차원의 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용섭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H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이 공공기관 선진화 성과에 급급해 사전 구조조정 없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사전 구조조정을 통해 주공·토공의 부실을 제거한 뒤 통합을 추진하는 ‘선(先)구조조정, 후(後)통합’을 민주당이 수차례 촉구했으나 정부·여당이 국회에 ‘통합공사법안’을 직권 상정, 통과시켜 LH 부실을 키운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 부위원장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하지 않고 별도로 운영했다면 부채 비율이 높기는 해도 구조조정을 병행해가면 사업 추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LH의 퇴출지구 선정 작업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손보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LH가 성남 구시가지 택지개발 사업을 중단한 것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성남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H가 광주·전남의 ‘빛그린산업단지’ 보상은 내년 이후로 미루면서 같은 날 산업단지로 승인되고 규모는 배나 되는 ‘대구사이언스파크 산업단지’는 계획대로 8월부터 보상이 시작된다”며 차별 의혹을 제기했다.

◇여, “지난 정부 방만 경영 때문”=한나라당은 LH 재정난이 무리한 통합 때문이라는 야당 주장에 “지난 정부 때 주공, 토공을 방만하게 운영해 경영 개선을 위해 통합했지만 워낙 부실이 심해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LH가 통합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지경을 만들어놓은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도 “과거 주공과 토공은 계획성 없는 사업 진행으로 중복되는 사업이 많았고, 임대주택 등 적자 요인이 누적돼 있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재조정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통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말 LH가 혁신도시 등 국가 사업을 대행하느라 발생한 손실은 국가가 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업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LH 사업 중단이 야당에 대한 보복성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 지역구에서도 사업 중단 가능성이 커져 반발이 많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 출신 당선자들이 정략적인 이유로 지자체의 부실까지 LH에 떠넘겨 부실을 심화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역공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