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08-01 19:30


(5) 마가복음

나는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더 진지해졌고 그런 마음으로 성경을 열었다. 우선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읽을 작정이었다. 대학교 2년 선배 중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된 사람이 있다. 예수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이 선배의 도움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모른다. 선배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저 우연히 만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 말이 나에겐 바로 이 선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학교 다닐 때 학자가 되는가 싶었던 사람이었다. 학과 교수님들이 계속 공부해서 교수가 되라고 권했다. 그러던 중 선배가 갑자기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독일로 가서 신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선배는 참 고맙게도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주었다.

예수에 대해 알려면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성경인데 그 가운데서도 사복음서가 중심이라고 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이다. 사복음서 가운데 내가 읽어본 책이 있기는 하다. 결혼 전 아내와 사귈 때 교회에 나가면서 마태복음을 읽은 기억이 있다. 진리에 대한 탐구라기보다 장모님과 아내에게 점수 따려는 것이었다. 첫 장에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얘기가 반복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는다’는 표현을 읽으면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자는 마음이 되니까, 게다가 아내 태중의 둘째 아이 문제가 걸려 있어서 내 마음이 아주 간절했다. 선배의 조언대로 마가복음을 읽기로 했다. 사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쓰인 책이다. 마태복음이 앞에 있어서 이 책이 먼저 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마가복음이 먼저 나오고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이 책을 자료 중 하나로 삼아 기록되었다. 이렇게 연결된 것 때문에 세 책을 묶어서 공관복음서(共觀福音書)라고 부른다. 각기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관점에서 본다’는 뜻으로 같이 묶는다. 요한복음은 앞의 세 책과는 성격이 또 다르다.

마가복음이 사복음서 가운데 가장 짧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복음’이란 일반 언어를 예수에 대한 이야기에 맨 처음 적용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마가다. 예수에 대한 얘기는 기쁘고 복된 구원의 소식이다. 선배에게 복음이란 단어의 뜻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이 책이 나에게 복음이 되었으면!’ 선배가 성경 전체에 대하여 그리고 사복음서와 예수의 삶에 대하여 기본적인 얘기는 들려주었지만, 힘주어 말한 것은 이것이다. “네가 읽어봐! 네가 직접 읽으면서 생각해봐라. 마가복음을 차분하게 여러 번 읽어. 읽으면서 줄거리를 파악하고, 거기 나오는 얘기들이 앞뒤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거야. 자기가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게 가장 좋다. 너 왜 우리 대학 다닐 때 독서클럽에서 했던 거 생각해봐. 너 그때 탁월했잖아! 버질 게오르규의 ‘25시’를 네가 발제했지. 그때 난 참 괜찮은 후배구나 생각했어.”

1장부터 읽어갔다. 차분하게, 예수를 만나길 바라며, 둘째와 연관된 도움을 기다리며….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선배가 ‘길’이란 단어를 주목하라고 했는데, 처음에 벌써 이 단어가 나온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