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회·양동마을이 자랑스럽다

입력 2010-08-01 19:18

지난 주말 브라질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로 구성된 ‘한국의 역사마을’을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에 등재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 창덕궁과 수원 화성(1997), 경주역사유적지구와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왕릉(2009)에 이어 통산 10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00년 전통과 탁월한 자연경관을 갖춘 두 마을은 한국문화의 축소판이다. 풍산유씨가 모여사는 하회마을, 경주손씨와 여강이씨의 집성촌인 양동마을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지금도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삶을 꾸리고 있는 생활공간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마을은 문화재도 수두룩하다. 하회마을의 양진당과 충효당, 양동마을의 관가정·무첨당·서백당 등 건축물은 물론 ‘징비록’과 15세기 초상화인 ‘손소 영정’ 등 기록물까지 가히 문화유산의 보고다.

이번 등재과정에 보여준 문화재 행정도 칭찬할 만하다. WHC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 6월 WHC에 제출한 보고서에 올린 ‘보류(refer)’ 결정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능동적인 대처가 결정적이었다. 당초 ICOMOS가 두 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통합관리체계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자 곧바로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주민들의 노력도 컸다. 하회마을은 중심가에 있던 상점을 외곽으로 옮겼고, 양동마을 초입의 교회는 전통가옥들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이동했다.

남은 과제는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가꾸는 일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동시에 훼손의 위기에 처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해 세계유산이 된 조선왕릉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전해보다 무려 7배나 늘어나면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면 세계적 수준의 관리체계 또한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