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촬영 때 귀신 나올까봐 무서워요”

입력 2010-08-01 22:24


KBS ‘구미호, 여우누이뎐’ 아역배우 김유정·서신애

“내 간 내놔, 내 간 내놔.” 29일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는 비명과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흠칫 놀라며 안을 들여다봤다. 그 곳에는 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 촬영이 한창이었다. 민속촌을 청소하던 관리인은 “꼬맹이들이 연기를 징그럽게도 잘해. 보고 있으면 오싹해”라며 몸서리를 쳤다.

이날 민속촌에서 만난 아역배우 서신애(12)와 김유정(11)은 “우리도 밤에 연기할 때는 무섭다”고 말했다.

◇신애의 이야기=연이(김유정 분)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초옥은 패악을 부린다. 미운 악동을 연기 중인 서신애는 불과 4개월 전에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빵꾸똥꾸’ 해리(진지희)한테 만날 얻어맞고 구박받는 역할을 연기했다.



“(연기에서)나쁜 짓을 하면 양심에 찔리고 유정이한테 미안해요. 그런데 계속 착한 역만 해봐서 처음 해보는 악역 너무 재미있어요. 어제 지희한테서 ‘너 진짜 무서운데 그게 좋은 거니까 열심히 해’라고 문자 왔어요.”

연이를 괴롭히는 역뿐만이 아니다. 초옥이 연이를 좋아하는 아버지 윤두수(장현성)에게 서러움을 토로하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장면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다. 괴병에 걸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연기는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경기를 일으키다가 실없이 웃는 서신애의 연기는 8회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연기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또 어른들이 죽을 때 손가락이 떨리고 몸이 떨린다고 조언해주셨는데, 그거 듣고 연기 했어요.” 하지만 신애는 ‘컷’ 소리가 나면 영락없는 어린아이로 변한다. 쉬는 시간에는 매니저 오빠랑 묵찌빠나 하나빼기 게임을 하느라 바쁘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노잣돈이나 수의가 무엇인지 배웠다”는 신애는 9회부터는 때리기보다 맞는 역할을 연기한다.

“다시 당하니까 아프기는 해도 마음은 편해요. 유정이도 자기가 착한 역에 어울린다고 하던데…. 저는 나쁜 역보다 착한 게 맘에 맞는 것 같아요.”

◇유정이의 이야기=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내 간을 내 놔”라고 울부짖던 김유정은 ‘컷’ 소리가 나자 엄마의 치마폭으로 달려들었다.

“밤에 찍을 때 귀신이 나올까봐 무섭다”는 김유정은 드라마에서 로맨스와 스릴러 두 축을 담당하며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8회에서 친딸 초옥을 택한 윤두수의 선택에 배신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연기는 압권이었다. “순간적으로 너무 슬펐어요. 진짜 연이가 된 마음이었죠.”

성인 못지않은 로맨스 연기도 화제다. 풋풋한 키스신과 멀리서 지켜보는 애절한 연기는 리얼하다. 자신이 구미호라는 정체를 알고 도망간 정규도령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정규도령을 죽이려는 어머니 구산댁에게 ‘제발 도령님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은 없어요. 너무 좋아서 눈물을 뚝뚝 흘린 적도 없어요. 그냥 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빅뱅 탑 오빠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냐는 질문에 유정은 이렇게 수줍게 대답했다. 지난 8회에서 윤두수 가족은 연이의 숨통을 조여왔다. 과연 연이는 살 수 있을까. 2일 오후 9시55분 방송.

용인=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