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양동 두 마을 통합관리 문제 삼자 민·관 보존協 존재 적극 홍보

입력 2010-08-01 18:14

특정 유산(Heritage)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기회는 오직 한 번밖에 없다. 유네스코는 한 유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두 번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에 앞서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등재 후보지 심사보고서는 등재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가늠자가 된다.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은 지난 6월 공개된 ICOMOS의 평가보고서에서 ‘등재 보류’ 판정을 받았다.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여러 가지 미비점이 있다는 이유였다. 통상적으로 보류 판정을 받으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직전에 등재 신청을 철회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회·양동마을이 왜 보류 판정을 받게 됐는지 면밀히 분석한 결과, 두 마을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 마을에 대한 통합관리 체계가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은 ICOMOS 평가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 4월에 이미 중앙정부와 지자체, 문화유산보존활용 전문가와 마을 주민대표까지 참여한 통합관리 체계인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구축했다. 협의회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두 마을에는 경상북도와 문화재청이 공동 참여하는 통합관리 체계가 사실상 존재했다는 점을 유네스코에 역설했다.

문화재청과 외교통상부 등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기간은 물론이고, 앞서 유네스코 본부와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를 쥔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에 대해 ICOMOS가 우려한 통합관리 체계 구축 사실을 적극 홍보했다. 그것이 효과를 발휘해 마침내 두 마을을 세계유산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계유산은 등재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전통마을치고 관광지 개발이니 뭐니 해서 망가지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세계문화유산이었던 엘베 계곡이 관광 특수를 겨냥해 대규모 교량을 건설하는 바람에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전례도 있다.

하회·양동마을도 안심할 수 없다. 하회마을은 지난해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하회보를 설치하려 했다가 마을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백지화한 경험이 있다. 양동마을도 마을 앞에 건설되는 콘크리트 건물이 경관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통해 일관성 있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며 “전통마을의 훼손을 막고 관리를 강화해 세계유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