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이란 제재 수위 다른 까닭… 내핍-원유수출 경제력差 이란핵 개발 봉쇄 ‘최우선’

입력 2010-08-01 18:24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제재 방식을 차별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초강도 압박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지도부를 죄어들어가며 ‘전략적 인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두 나라 지도부의 생각이 다르고, 경제 형편 등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31일(현지시간) “북한은 고립과 내핍 경제로 버티는 나라고, 이란은 에너지 자원을 갖고 살아가는 나라”라며 “두 나라의 사정이 다르므로 제재 방식도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차관보도 전날(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과 북한은 다른 나라다. 우리는 같은 접근법(제재)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비핵확산과 관련해 항상 위험 국가로 거명하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 다른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란 핵 문제는 미 외교의 최우선 과제인 중동 평화와 연결돼 있고, 이스라엘의 반발이 있다. 이란 때문에 중동이 불안해지면 중동 평화 문제를 조금도 진전시킬 수 없다. 게다가 극우 보수 정책을 취하는 이스라엘을 자제시킬 수도 없으며, 석유 자원 문제도 심각해진다. 유럽 일부 국가들도 이란 핵 개발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또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했지만 이란은 그 직전 단계다. 이른 시일 내 강력히 압박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래서 미 의회는 심각한 검토 끝에 지난 6월 이란제재법이라는 초강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의 일부 기관들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금융기관을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시키는 것으로, 국제 금융 현실상 이는 그 금융기관의 문을 닫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석유 수출국 이란으로서도 국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대북 제재는 이란보다 강도가 낮다. 미국 국내법이 아니라 유엔 안보리 1874호를 근거로 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마약 거래, 가짜 담배 판매 등 불법 행위와 사치품 수입 등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전방위적 이란 경제 제재와 달리 통치수단으로 활용되는 불법 수입을 차단함으로써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대북 제재를 위해 국내법을 제정, 강도 높게 진행시키자는 의견은 별로 없다. 폐쇄경제인 북한에 그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실제 그동안의 대북 제재가 그랬다. 다만 북한 지도부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틀어막는다면 강한 제재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요 관련국들에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고 강력히 설득할 방침이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는 중국의 대북 압박이라는 점에 대해 거의 이견이 없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래 취해온 ‘전략적 인내’ 방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는 압박과 대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북한 지도부 돈줄 죄기가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란 제재가 전면적인 정규전이라면 북한 제재는 정밀 폭격인 셈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