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출범 한 달-④ 전문가 진단]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 위해 고질적 정당공천 폐해 끊어야

입력 2010-08-01 18:16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한 달째를 맞은 1일.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정당 공천의 폐해를 끊어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진보적인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빚어진 마찰은 신중한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책 연속성 저하 우려=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여에서 야로 바뀌면서 정책 연속성이 떨어질 것을 가장 우려했다. 물론 전임자가 선심성으로 밀어붙인 정책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지난 4년간 추진된 사업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백지화될 경우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규환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정밀한 검토 없이 전임 단체장의 정책을 중단시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현안은 뒷전에 두고 중앙정치 논리에 매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당의 지지 기반을 토대로 당선된 만큼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구조에선 지역 현안과 상관없는 정치적 이슈에 매몰되고 지방의회는 밥그릇 싸움만 반복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수장을 바꾼 만큼 이전 단체장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연속성 부분도 중요하지만 민의를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일꾼을 키워낼 해법은=지방정부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당공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당공천제는 선거에 앞서 정당별로 한번 검증을 거친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규환 교수는 기초자치단체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되 광역자치단체 경우에만 ‘정당표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당표방제는 후보자가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나는 ○○당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방식이다. 그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앙정부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감안, 광역자치단체에 한정해 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교수는 지방자치제 자체를 다양화한 뒤 각 지역에 맞는 형태를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방정부와 의회가 맞서는 기관대립형,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단체장을 임명하는 기관통합형, 주민들이 선출한 소수 위원들이 의회 기능을 수행하는 집행위원회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교육 혼란을 막을 방안은=지방선거 이후 민감한 교육 이슈들을 둘러싸고 진보 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는 마찰을 빚어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여지가 높지만 전문가들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의 교육관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서로 양보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교과부는 과거 정책을 이끌어가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감들의 자율권을 보장해주되 교육감들도 신중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들에게는 4년 임기가 주어진 만큼 정부당국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듣고 정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