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44) 사무용품 전문점 ‘드림오피스’] 고객께 ‘드린다’는 신념… 체인점 95곳 일궈
입력 2010-08-01 17:45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드림오피스’는 사무용품 전문점이다. 겉보기엔 작은 사업체 같지만 95개의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고, 체인점 연결 기준 연 매출이 380억원에 이르는 알짜 기업이다. 1982년 드림오피스를 세우고 28년 동안 사업을 일궈온 김학상(58) 대표는 “아직도 더 나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1일 드림오피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디어 상품’ 하나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케이크 상자만한 크기의 인조가죽으로 된 튼튼한 상자를 내놓았다. 안에는 플라스틱 상자가 10여개 더 들어있었다. 사진첩 20개 분량을 소화할 수 있는 ‘포토박스’란다.
김 대표는 드림오피스가 포토박스 아이디어를 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디지털카메라가 생기면서 앨범은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 그렇거든요. 많은 사람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 갑니다. 접착식 앨범보다 더 많은 양의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포토박스는 드림오피스의 특별한 제품이다. 언제나 더 좋은 제품을 손님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늘 치열하게 고민하는 김 대표의 열정의 산물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던 끝에 포토박스를 생각해냈다. 그저 주문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아이디어까지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드림오피스의 경영 마인드가 담긴 상품인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평생 쓸 수 있는 앨범을 만들었으니 국민 한 사람당 포토박스 하나를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 제품을 국내에서만 4000만개 팔아 히트상품을 만들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드림오피스는 사무용품을 판매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 출력, 제본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IT 발달로 전산 사무용품의 수요가 많아질 것을 간파한 드림오피스는 1990년대 말부터 기존의 문구점에서 사무용품 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
IMF 당시 많은 기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드림오피스는 이를 기회로 바꿨다. IMF 이후 문구 산업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잉크, 토너 등 전산 관련 용품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 드림오피스는 99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2000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건실하게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체인점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만에 체인점이 95개로 늘었다. 3년 안에 5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 드림오피스의 목표다.
드림오피스가 입소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신뢰성도 한몫했다. 드림오피스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거래처 결제나 직원 월급도 단 한 차례 밀린 적이 없었다. 본사 직원 20명 가운데 5명은 15년 이상 근속하고 있다. 직원 20명 모두 정직원이다. 체인점 직원까지 합하면 연간 약 100명씩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드림오피스는 이제 해외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최근 중국에 서비스 특허상표를 출원해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만 문구제조업체 무역상담회에 참가해 해외 진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인도, 두바이 등 해외 문구 유통시장을 탐색했다. 이미 2005년부터 몽골의 대형문구점에 드림오피스가 개발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 문구시장에 해외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 외국 기업이 드림오피스에 인수 합병을 제안했다. 드림오피스는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국 기업에 회사를 팔면 당장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드림오피스라는 브랜드를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토종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김 대표는 “드림오피스의 상표는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드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이 같은 정신을 잃지 않아 82년 4평짜리 문구점에서 시작해 28년 만에 체인점 95개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