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에 지고도 성찰 부족한 민주당

입력 2010-08-01 19:11

민주당이 7·28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 2개월 만에 민심의 외면을 받았는데도 자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를 총 지휘한 정세균 대표는 마지못해 사의를 표했으나 책임론에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비주류 측도 선거패배 책임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9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겨냥한 듯 당권파를 흠집 내는 데 혈안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뼈아픈 반성과 더불어 발 빠르게 개혁과 쇄신의 깃발을 내건 여권과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재·보선에서 왜 졌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선거 캠페인으로 내건 정권심판론이 왜 먹혀들지 않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이명박 정권을 오만하다고 몰아붙이며 국민이 이를 엄중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경고는 지방선거 때 이미 내려졌다. 똑같은 주장이 또 먹히리라고 판단한 것은 착각이었다.

유권자들은 거꾸로 지방선거 후 표출된 민주당의 자만과 정권 발목잡기에 대해 심판했다. 4대강 사업을 놓고 특별한 대안도 없이 반대 목소리만 내는가 하면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손잡고 중앙정부 교육정책을 깔아뭉개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다.

민주당이 다시 민심을 얻으려면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대하면서 책임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곤란하다. 10년간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정당 아닌가.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발전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정당의 특성상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러 세력 간 힘겨루기와 마찰음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정 대표와 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 간 3각 전쟁이 거세질 테지만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차제에 민주당의 새로운 비전을 국민 앞에 제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