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열악한 여자축구 짝사랑… 프로 경력 없는 무명서 명장으로
입력 2010-08-02 01:00
건국이후 FIFA 주관 국제 대회 사상 최고 성적인 3위라는 위업을 달성한 최인철(38) 감독. ‘여자축구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한국이 세계 3위의 쾌거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인 지도자’, ‘연구하는 지도자’ 최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최 감독을 아는 축구팬은 드물었다. 전동초-동북중·고-건국대를 거친 그는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무명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즈음에 결핵에 걸려 뜻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1998년부터 동명초 축구부에서 남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재능있는 여자 아이들이 늘어나 2000년 여자축구부를 따로 창단하면서 최 감독과 여자축구의 인연은 시작됐다.
여자축구 지도자의 길은 낯설고 외로웠지만 그는 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최 감독은 이후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고(2004∼2008년)로 옮기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토대를 쌓았다. 현재 20세 이하 대표팀의 주축인 지소연(한양여대)과 이현영(여주대), 정혜연(현대제철), 강유미(한양여대), 문소리(울산과학대) 등이 동산정보고 시절 길러낸 제자들이다.
오주중 코치 시절에는 지소연을 앞세워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지도력을 알아본 대한축구협회는 2006년 19세 이하 여자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더니 2008년 8월에는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경기력과 조직력을 볼 때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팀 중 3위에 입상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다”며 “유종의 미를 거둬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당연히 우승이 목표였지만 한국 대표팀이 6년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것도 한국 축구사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