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해도 머리 안 나빠진다… 마취에 관한 각종 속설 진실 해부

입력 2010-08-01 17:28


여름방학과 본격 휴가철을 이용, 그동안 미뤄온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술의 종류도 작게는 국소 마취만으로 가능한 쌍꺼풀과 코 성형 수술, 라식 수술, 척추 수술에서부터 크게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인공관절 삽입 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마취에 따른 후유증 위험. 과도한 마취는 수술이 끝난 뒤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 때때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상당수가 적절치 못한 마취와 관련돼 있다. 각종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마취를 겁내는 이유도 대부분 이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수술과 마취에 관한 각종 속설의 진위를 중앙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진윤 교수의 도움말로 가려본다.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머리가 나빠져서 공부를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근거 없다’이다. 마취를 많이 받아 머리가 좋아질 리 없겠지만, 반대로 나빠진다는 증거도 없다.

치매 노인의 경우 전신마취 후 기억력 감퇴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가 일부 있긴 하다. 그러나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마취 때문에 머리가 나빠진다면 매일 수술실에서 마취 가스 냄새를 맡는 의료진의 상당수는 잇따라 ‘바보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손수건에 마취약을 묻혀 기절시킨다?=마취약을 묻힌 손수건으로 갑자기 상대의 얼굴을 덮는다. 그는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린다. 액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장면이다. 이 역시 이론적으로 가능해도 영화적 상상일 뿐이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다.

19세기에 사용된 클로로포름이나 에테르라는 흡입용 마취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는 대뇌를 마비시키는 부작용 위험 때문에 사용되지 않고, 구하기도 힘들다. 또 이 경우 의식을 잃게 하려면 상당한 양의 클로로포름이 필요한 데다 영화에서 보듯 수초 내에 마취시키는 효과도 얻기 어렵다.

요즘 사용되는 흡입용 마취약도 대기 중에 노출되면 바로 증발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수건을 코에 갖다 대자마자 의식을 잃게 하는 마취약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만일 일반적인 사람이 그런 상태에서 마취되듯 스르르 쉽게 쓰러진다면 정신적인 충격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마취를 했는데도 의식이 살아 있다?=종종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전신마취를 했는데도 의식이 있어 수술 중 고통을 느끼면서도 몸은 움직일 수 없는 경우다. 이른바 ‘마취 중 각성’이란 의학용어로 불리는 상태다.

어떤 수술을 받는가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르긴 해도 보통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마취약에 대한 민감도를 둔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마취 정도를 실시간 측정, 감시하는 장치인 비스펙트랄 인덱스(BIS)를 이용, 마취 중 각성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보편적으로 사용되진 않는다.

◇수면마취도 전신마취의 일종인가?=수면마취는 엄밀하게 말해 마취술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마취술이란 기도(숨길) 유지를 위해 기관 안에 튜브를 삽입하고(기관 내 삽관) 환자의 의식을 일정 시간 잃게 하는 시술을 가리킨다.

수면마취는 수면유도제를 정맥으로 주사해 잠을 재운다. 따라서 전형적인 전신마취와 다른 형식이다. 국내 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에선 이를 ‘모니터링 마취 관리’라며 전신마취와 구별해 부른다.

간단한 성형외과 및 치과 수술, 위·대장 내시경 시술 등에 많이 사용되는 수면마취의 경우 비교적 간단하고 전신마취에 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소위 ‘기관 내 삽관’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나 진료 중 기도가 막힐 위험성이 있으므로 의료진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