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꽃다운 아가씨가 70세 노인과 결혼하겠다고?… 신작 코미디 연극 ‘너와 함께라면’
입력 2010-08-01 17:33
‘웃음의 대학’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신작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이 늘어날수록 객석의 웃음도 커진다. 웃음의 양으로 치면 올해 공연된 연극 중에 거의 최고 수준이다.
스물아홉 꽃다운 아가씨 고이소 아유미(이세은 분)는 사랑에 빠져있다. 가족들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름은 기무라 켄야인데 ‘케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가족들은 청년 사업가, 꽃미남 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연상한다.
그런데 아유미가 이상하다. 집에 인사를 시키라면 정색을 하고 “나중에 나중에”를 연발한다. 아유미는 근심어린 얼굴로 동생 후지미에게 ‘케니’의 사진을 보여준다. 후지미의 예상과 달리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70대 노인이다.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후지미에게 아유미는 “70으로는 안 보이지? 외국 나가면 학생으로 본대”라며 결정타를 날린다.
켄야가 불쑥 집에 찾아왔다. 일단 아유미와 후지미는 거짓말로 아버지를 안심시키기로 한다. 영문도 모르는 아유미의 아버지 고이소 구니타로(서현철)는 그를 반갑게 맞는다. 설마 딸의 남자친구라고 생각 못하고 남자친구의 아버지라고 여긴 것. 기무라는 예를 갖춰 장인어른을 대하지만 구니타로는 사돈어른으로 생각하고 대한다. 하지만 구니타로는 이내 진실을 알게 된다. 어안이 벙벙하지만 아내가 놀랄까봐 두 딸의 거짓말에 동참한다. 켄야의 아들 겐야가 집에 오면서 상황은 더 꼬인다. 새어머니 감을 직접 보고 싶다며 온 겐야는 아유미의 엄마 요리에가 새어머니라고 착각한다. 요리에는 겐야를 보고서야 이제 사위가 왔다고 반색한다. 아버지와 두 딸은 겐야를 속이려고 또 거짓말을 한다. 결국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너와 함께라면’이 시종일관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상황 자체 때문이 아니다. 연극은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반응으로 전개된다. 웃음은 배우들의 단단한 팀워크에서 나온다. 웃음의 열쇠는 구니타로 역을 맡은 서현철이 쥐고 있다.
서현철은 때로는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때로는 소심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배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합을 맞추는 다른 배우의 웃음까지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는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한 축은 켄야 역의 송영창이다.
그는 다소 경직됐지만 들뜬 말투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하면 슬랩스틱 코미디도 선보인다. 극 중에 나가시소멘(대나무통에 국수를 흘려보내 먹는 일본 전통 요리법)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켄야가 나이 때문에 둔해진 몸으로 국수를 잡으려다 장치를 망가뜨리는 장면은 가장 큰 웃음을 준다.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인 김유영은 신인답지 않게 당찬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역시 처음 연극에 나선 이세은은 극의 중심에서 무난한 활약을 한다. 10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02-766-6007).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