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작품, 액자에만 갇히기엔… ‘너무 아까워!’

입력 2010-08-01 16:22


한국작가의 그림이 패션을 입고 세계무대로 나아간다. 그림을 활용한 아트상품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작가를 꼽으라면 한국화가 육심원이 대표적이다. 따뜻하고 깜찍발랄한 이미지의 인물화로 유명한 육심원은 2004년부터 자신의 그림을 상표로 하는 티셔츠, 다이어리, 휴대전화 고리, 지갑, 노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내놓아 연간 5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달형의 웃는 눈에 발그레한 볼 터치, 빨간 입술을 하고 섹시한 포즈를 취한 여인. ‘모든 여자는 공주가 될 권리가 있다’는 평소의 철학을 그림으로 구현하는 작가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아트공간을 만들었다. 지하에는 갤러리, 1층에는 아트상품 가게, 2∼3층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4층에는 아틀리에가 마련됐다.

작품 이미지만 봐도 “아! 육심원 그림”이라고 알아볼 정도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는 최근 가방 브랜드를 런칭했다. 산딸기 머리색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애니 등 작품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방은 위트와 실용성을 갖춘 여행용, 현대적인 감각에 고전적인 모드를 더한 쇼핑용, 세련되고 도회적인 직장인 여성을 위한 오피스용 등 갖가지 제품이 출시됐다.

현재 20여곳 백화점에 아트상품을 진열·판매키로 계약이 된 상태이고 세계시장으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육심원 브랜드를 개발한 정경일 갤러리 AM 대표는 “일단 국내 매출은 연간 100억원이 목표”라며 “세계 미술계뿐 아니라 패션업계에도 육심원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예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02-516-4488).

또 가나아트갤러리와 갤러리LVS는 의류 수출입 전문회사인 올리브앤컴퍼니와 손을 잡고 최근 올리브앤코(Olive&Co)를 런칭했다. 올리브앤코는 강영민 고영훈 김지혜 도성욱 마리킴 배병우 사석원 서유라 아트놈 안성하 엄정순 위영일 이수동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프린트된 의류가 주축이 된 브랜드로 갭(GAP)과 리미티드 투(Limited too) 등 북미권 브랜드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한다.

티셔츠는 한 작가의 작품 1점이 담긴 작가 티셔츠, 작가의 작품 4∼6점이 담긴 포스트 티셔츠, 작가의 참여작품이 모두 담긴 도록 티셔츠 등으로 꾸며진다. 작가당 500점을 한정 생산해 고유번호를 붙여 판매된다. 사석원의 한국적이고 익살맞은 유화, 마리킴의 몽환적인 소녀, 아트놈의 장난스러운 캐릭터, 이수동의 서정적인 풍경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트티셔츠다.

갤러리 측은 해외에 티셔츠를 판매해 인지도를 높인 뒤 현지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 전시회를 여는 방식으로 국내 작가를 해외에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정된 전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의류와의 융합을 생각했다”며 “그림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미술의 대중화를 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02-3217-0223).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