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17명의 자녀를 키우는 현광식 목사 부부
입력 2010-08-01 14:23
[미션라이프]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은 ‘희생과 사랑’이 아닐까.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불당리 ‘소망 천사원’엔 특별한 가족이 살고 있다. 조선시대엔 불당이 많아서 불당동으로 불렸던 마을에 십자가를 처음으로 세운 소망 천사원엔 현광식(51) 목사와 김미경(51) 사모가 가슴으로 낳은 17명의 아이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부모 없는 천사들’의 어버이로 살아온 부부는 “그동안 ‘영혼의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 이를 ‘축복의 여정’이라고 했다.
슬하에 지혜(19·서울예대 실용음악과 1학년) 철진(18) 남매를 둔 이 부부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자녀로 삼아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가정이 깨어지고 버림받은 아이들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였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지만 사업가로 살던 현 목사는 ‘언젠가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생각 했었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 그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 교회와 시설을 마련했다. 그동안 5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자 당시 머물렀던 경기도 용인의 한 작은 연립주택은 너무 협소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싸우면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우리 아이들이 잘못했다고 할 때 우리 가슴에 피멍이 들었어요. 공교육안에서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질 것 같았어요.”
이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가 절실했던 지난 2005년 여름. 부부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러 간 남한산성에서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가진 돈으로 이곳 땅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곳이라면 혹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해주었다. 불당리 초입에 쓰레기를 모아두던 땅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38평의 버려진 땅이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곳이었다. 집을 짓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땅을 파자 사금이 나왔다. 사람들은 사금을 채취해 더 넓은 땅을 사라고 말했지만, 그 위에 소망 천사원을 튼튼하게 세웠고 지난해 7월 둥지를 이곳으로 옮겼다.
소망 천사원은 어린이 보호시설이 아니라 아빠 엄마 언니 오빠 누나 형으로 불리는 가족이 모여 사는 가정이다. 현 목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은 형제애를 통해 인내를 배우고, 아픔을 치유하는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모야모야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쌍둥이 자매 유란(16), 혜란(16)은 6년 전, 세 번째 뇌수술을 앞두고 파양돼 이곳에 왔다. 쌍둥이 자매는 처음에 같은 단어와 질문을 몇 시간 동안 반복했다. 온 가족이 보조교사, 가족치료사가 돼 인내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어주었다. 또 부부는 생활속 재활교육을 시켰다. 날씨가 좋은 날엔 마당에 빨래를 함께 널며 밝은 햇살을 받게 했고, 양말의 짝을 찾는 놀이 등을 통해 인지훈련을 했다. 처음엔 스스로 걷기도 힘들던 쌍둥이자매는 이제 스스로 등하교를 한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뇌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병세가 회복됐다. 김 사모는 “이 병은 혈관이 점차 소멸돼 죽어가는 병인데 아이들의 혈관은 살아나고 인지능력도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가족의 사랑으로 만든 기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주부습진으로 손가락이 하루도 성할 날이 없는 김 사모는 아이들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받는다. 하루는 요한(10)이가 슬며시 다가와 “엄마, 마음에 새까만 연기가 있어도 바람이 불면 시원해지고 빨간 하트가 생겨요. 엄마 힘드셔도 예수님이 바람을 불어 주시면 힘이 날거예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요셉(13)이는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가져와 보이며 “나 아빠랑 너무 닮았지요?”라고 웃는다. 요셉이는 “남한산성으로 이사 온 후 원형탈모증도 없어졌다”며 좋아했다.
음악목사가 꿈인 지혜씨는 “어린시절 장난감을 갖고 놀다 싸울 때 항상 아이들 편을 들어주시는 부모가 야속해서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대견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은 ‘희생과 사랑’이었다.
현 목사는 2004년부터 목회를 접고 아이들 키우는데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목회에 전념하다 보니 가정에 충실할 수 없었어요. 어린 영혼을 가족의 소중함으로 치유하는 게 더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일에 소망 천사원 교회의 목사로 아이들을 만나죠. 아이들이 사회, 기도, 헌금위원을 맡고 제가 설교 합니다.”
또 현 목사는 “우리 자녀 중 7명이 다니고 있는 남한산초등학교는 상처가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참 따뜻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이들이 획일화된 교육환경을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도록 해주고 싶어서 뜻있는 교육가들과 함께 내년 3월에 숲과 더불어 교육하는 ‘숲 유치원’과 ‘성문밖 중학교’를 개교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영혼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첫 번째 주소에 소망 천사원을 지었고, 두 번째 주소엔 숲 유치원과 성문밖 학교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들의 축복의 여정은 계속될 듯했다.
광주=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