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에… 내홍 민주 ‘당권 경쟁’ 격화
입력 2010-07-30 18:24
민주당이 내홍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주류-비주류 간 힘겨루기 양상이 7·28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맞물리며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주류-비주류 측은 30일 정세균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각을 세웠다. 정 대표가 이날 비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지도부의 만류로 거취 결정이 유보된 것을 두고 비주류 측은 “정 대표 측의 꼼수”라며 공개적이고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비주류 측은 표면적으로 재·보선에서 전략 부재를 노출하고 공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정 대표가 손을 떼라는 것이다. 전대 규정에 대한 실무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담당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추인하는 것은 최고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정 대표의 최측근으로 주류 측 핵심인 강기정 의원을 전대준비위 위원에서 빼는 대신 비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박기춘 의원을 준비위에 배치하는 등 전대준비위 인적 구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비주류 측은 “주류 일변도의 편파적 인선”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대준비위는 문희상 위원장과 손학규계의 김부겸, 비주류 측 문학진 의원, 주류 측 김민석 최고위원 등 3인의 공동부위원장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비주류 측은 또 정 대표만 단독으로 사퇴할 경우 정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측은 정 대표의 즉각 사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주류 측 한 인사는 “정 대표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그야말로 선거 패배 책임을 혼자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정 대표가 다시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해질 뿐 아니라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는 486측 인사들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또 비주류 측이 전대준비위를 장악할 경우 비주류 측이 줄곧 요구해 온 전대 룰 변경 가능성도 높아진다. 비주류 측은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경선 규정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득표순으로 뽑는 방식 등 전대 룰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전대 룰을 둘러싼 샅바싸움은 차기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다. 전대 룰 변경을 요구하는 비주류 핵심 단체인 쇄신연대는 당권 도전이 유력한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486 운동권 출신의 친노 그룹 20여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대표는 수도권의 경우 지지기반이 정 대표와 겹치고, 일부 쇄신연대 인사들도 손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민주당 87명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특정인을 공개 지지하지 않는 중도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전대 룰 결정 등과 관련해 이들 세력 간 물밑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