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지각변동… ‘인수방식’이 최대 과제
입력 2010-07-30 18:47
우리금융 민영화 의미·전망
금융권 빅뱅이 막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외환은행 매각, 산은금융지주 및 기업은행 민영화와 맞물리면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다가온다. 여기에 경남·광주은행을 둘러싼 지방은행도 인수·합병(M&A)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우리금융지주 매각을 마칠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인수방식까지 제안하라고공을 떠넘긴 것에서 볼 수 있듯 변수와 걸림돌이 많다. 시장에서는 “계획이라고 말할 수 없는 민영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밑그림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선택은 뭘까=정부는 최대한 많은 투자자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수 방식을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일정 지분 이상 매각 또는 합병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은 “가장 많은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하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며 “책임경영이 가능한 방안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분을 잘게 쪼개 파는 분산 매각은 원치 않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배 지분을 파는 것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인수자가 없는 실정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7%를 사들일 경우 주식가격만 6조7000억원(지난달 말 종가 기준)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7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절반인 28.5%를 사더라도 매각가격은 4조원에 이른다. 금융지주회사법도 장애물이다. 다른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지주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 산업자본은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9%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 간에 주식을 맞교환하는 합병은 인수 희망자의 자금 부담이 적고, 민영화 시일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합병 이후에도 정부 지분이 20∼30% 남기 때문에 ‘무늬만 민영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선택에 맡긴다는 자체가 답이 없기 때문”이라며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민영화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A 태풍 온다=어떤 방식이든 한바탕 격변은 피할 수 없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치면 자산 650조원을 넘는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하나금융지주와 합치면 자산 521조원으로 국내 은행권에서 부동의 1위가 된다.
현재로는 하나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M&A 대상 1순위로 우리금융지주, 2순위로 외환은행을 꼽고 있다. KB금융지주 움직임은 변수다. 어윤대 회장이 “향후 2년 동안 M&A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금융권 판도를 뒤바꿀 메가톤급 M&A를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 비중이 90%를 넘는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경우 KB투자증권의 10배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한 우리투자증권은 매력적이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어 회장이 ‘2년’이라고 말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2년 동안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표류할 것이고, 이후 KB금융지주가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경남·광주은행을 놓고 지방은행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이미 경남은행 인수자금 마련방안을 짜는 등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경남지역 경제단체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높다.
광주은행은 전북은행이 노리고 있다. 다만 전북은행 자산보다 광주은행 자산이 10조원 가까이 많아 쉽지 않다. 광주·전남지역 상공회의소들도 광주은행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