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배려했다지만… 시장 ‘인상 도미노’ 우려
입력 2010-07-30 18:23
공공요금 인상 배경·물가 영향
예고된 인상이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기·가스·시외버스요금 인상폭은 제한됐지만 이들 요금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데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며 원가 상승압력을 참아왔던 민간기업의 제품가격 인상행렬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다음달부터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8.3% 인상하는 등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배경=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물가가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되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인상폭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친서민’ 발언 이후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안에는 기초수급대상자,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에 대한 할인율 상향조정이 포함됐다. 경기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사실상 기존 요금으로 전기·가스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포함됐지만 소비심리와 산업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을 강행한 이유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경영악화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2008년 3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 상반기 9000억원의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스공사도 2008년 이후 원료비 연동제가 유보되면서 미수금으로 처리된 규모가 4조3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경기 흐름에 맞춰 요금 인상으로 해당 공공기관의 수익을 보전하는 한편 가격인상을 통한 에너지 소비 절감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 셈이다.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연간 수익이 7000억∼8000억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반기 물가 불안 가능성=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0일 “이번 공공요금 인상조치가 하반기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0.2∼0.3% 포인트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 공공요금 인상계획에 따른 물가상승 요인은 이미 (정부의 경제전망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관리 목표이자 전망치로 잡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다. 지난 상반기 2.7%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더라도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심리다.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기·가스요금이 오를 경우 앞으로의 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강해져 실제 물가상승을 웃도는 상승행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하반기 물가 불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9월 중 유통구조 개선, 시장경쟁 촉진, 가격정보공개 확대 등으로 구조적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자치단체별 공공요금 관리 실적을 평가해 예산 및 평가상 인센티브 지급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동권 김경택 이용상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