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몸 낮춘 이재오, 화합과 결속 중심 되길
입력 2010-07-30 17:46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는 29일 “정치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미덕인 만큼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고, 갈등 요인을 제공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서민이 어려우니 친박(親朴)이든 친이(親李)든 서민경제를 살피는 게 할 일이며 정치적으로 계파싸움을 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박 중진인 허태열 의원의 축하전화를 받으면서도 “우리가 아옹다옹할 때가 아니다. 친박과도 잘 지내겠다”고 말했다.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민주당 장상 후보를 물리치고 재기에 성공한 이 당선자의 몸을 낮춘 언행이 참신하다.
친박계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계는 이 당선자의 여의도 입성을 지켜보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재오 당선을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경선과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신과 정면으로 충돌한 이 당선자의 귀환을 보는 심정이 복잡했을 것이다. 이상득 의원 퇴진운동에 관여한 이 당선자를 보는 이 의원계의 시각도 곱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 정치지형을 감안할 때 계파 해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최고위원회 명의로 당내 계파모임 해체를 권고했지만 해체 기준과 해체 거부에 따른 제재안을 적시하지 않아 이 권고는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판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를 구심점으로 계파가 세력을 확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계파모임이 국가와 당의 발전, 국민에 대한 봉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백해무익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 당선자는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국민의 애환을 소상히 파악했을 것이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정치 자산이다. 이런 점에서 귀환한 ‘왕의 남자’ 이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당내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고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