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 신부를 돕는 ‘베사모’
입력 2010-07-30 17:50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과 부모들이 대형 TV화면으로 눈물의 상봉을 했다. 행정안전부가 29일 강원도 인제군 용담리 백담 정보화마을에서 주선한 이 행사에는 베트남 신부 9명이 참석해 부모에게 안부를 전했고 자녀들도 서툰 베트남어로 외조부모와 대화했다. 행사는 지난 5월 한국-베트남 정보화협력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행안부는 내년 1월까지 전국 363개 정보화마을에서 베트남 화상상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몽골 필리핀 등 다른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라 한다.
지난 8일 정신질환자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신부 탁티황응옥씨의 비극 이후 이주 결혼자들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상상봉 서비스도 그런 차원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이 같은 관심과 정책이 좀 더 일찍 베풀어졌더라면 탁티황응옥씨 같은 희생자는 없었을지 모른다.
행사에 참석한 베트남 신부들은 한결같이 언어 문제로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3년간 매년 7000∼8000명의 베트남 신부가 입국하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지 않는 베트남 신부들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푸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이 한글과 한국 문화를 공부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력과 별도로 일상생활에서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들이 필요하다. 탁티황응옥씨 사건이 일어난 부산에는 ‘베사모(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어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2년 발족한 베사모는 전 부산대 교수 이상민 회장을 비롯해 의사 변호사 교수 상공인 언론인 등 각계각층 150여명이 회원이다.
이들은 탁티황응옥씨 장례의 상주 역할을 자청했고, 부산외국어대 베트남어과 배양수 교수가 가족의 통역과 안내를 맡았다. 장례식과 관련된 비용은 베사모 회원인 박수관 부산경남 베트남명예총영사가 책임졌고 회원들은 2700여만원을 모금해 가족에게 전달했다. 이런 풀뿌리 단체가 다문화 가정이 있는 전국 시·군·구에 하나씩은 생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