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명감에 일 한다지만… 4대보험 가입 39%, 처우개선 시급

입력 2010-07-30 17:44

김모(30)씨는 2년 전 대학원 졸업과 함께 A선교단체 간사가 됐다. 소명이라 생각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월급명세서를 받는 날이면 풀이 죽곤 했다. 대학원 동기들보다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B선교단체 간사 박모(38·여)씨는 고정된 ‘월급’이란 게 없다. 교회와 독지가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박씨는 최근 둘째 아들을 낳은데다 경기침체로 인해 후원금이 대폭 줄어들어 3년 이상 해 온 사역을 접을 생각도 해봤다.

국내 기독교 선교기관 간사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30일 입수한 기독교 사회선교 연합기구인 성서한국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교사운동 등 16개 기독 선교단체 간사의 최고연봉은 1800만원, 평균 연봉은 1253만원이었다. 최저 연봉이 180만원에 불과한 간사도 있었다.

5개 단체는 상근 간사가 아예 없었고 비상근 간사는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주 40시간 기준 85만8990원)도 받지 못했다. 간사 가운데 고용·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년 이상 장기 근무자는 38%에 그쳤다. 간사 10명 중 6명은 3년을 버티지 못했다. 1년 안에 그만둔 사람은 29%에 달했다.

이번 자료는 성서한국이 지난해 11월 13∼22일 16개 기독 선교단체 간사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단체 간 부익부 빈익빈도 눈에 띄었다. 16개 단체의 연간 평균예산은 1억7650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돼 있는 단체는 한빛누리선교회로 10억원에 달했다. 연 예산이 1000만원에 불과한 단체도 있었다.

이들 단체 간사들은 이와 관련, “이 문제는 법적(또는 교회법)으로 간사들의 지위를 회복해야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4대 보험 적용 등 단순히 몇 가지 개선책을 내놓는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사회운동 및 선교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이번 자료는 1200만 성도, 6만 교회라는 한국기독교의 외형에 비해 기독교 사회운동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간사들이 소명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에 힘쓰는 만큼 국내 선교단체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 후원 규모를 늘려 가면 국내선교 인적 인프라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